뛰고, 날면서 악당들을 물리친다. 이 단순하고 유치한 스토리에 젊은 세대는 열광한다. 바야흐로 슈퍼히어로 전성시대다.

지난 4월 개봉한 어벤져스3 인피니티워가 국내 영화 개봉작 가운데 1000만명 관객을 돌파한 21번째 영화가 됐다. 마블(MARVEL) 히어로가 등장하는 전체 영화의 누적관객수는 8399만명 달한다. 어벤져스3와 7월에 개봉하는 ‘앤트맨과 와스프’의 관객수를 합하면 마블이 한국에서 동원한 관객수가 1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슈퍼히어로를 자사의 차에 태우기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도 이 같은 어마어마한 마블의 관객 동원 능력 때문이다. 사실 슈퍼히어로에게 차는 불필요한 도구다. 웬만한 슈퍼히어로는 날아다니거나, 뛰어도 차보다 빠른 경우가 많아 차를 탈 필요가 없다.

아이언맨2에 등장하는 R8 스파이더

그럼에도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차량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고, 영화 제작사는 천문학적인 영화 제작비의 일부를 간접광고(PPL)로 충당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 파트너십을 맺고 차량을 영화에 등장시키고 있다.

◆ 앤트맨이 타는 현대차 벨로스터 공급

현대차는 지난해 마블과 파트너십을 맺고 오는 7월 개봉하는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를 활용한 다양한 공동 마케팅을 펼친다.

지난해 마블과 손잡은 현대차는 영화 촬영을 위해 공식 출시 전인 벨로스터, 싼타페의 시험차를 극비리에 제작해 코나와 함께 앤트맨과 와스프 촬영에 제공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슈퍼 히어로 중 유머 넘치고 친근한 이미지의 앤트맨이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와 잘 부합한다고 생각해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영화의 배경인 언덕들과 오르막, 내리막길이 끝없이 이어지는 샌프란시스코의 도로가 현대차의 우수한 주행성능을 뽐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영화 촬영을 위해 개조된 벨로스터 앤트맨카는 역동적인 쿠페 스타일의 외관을 보라색 랩핑과 화려한 노란색 불꽃 장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며, 커다란 에어인테이크홀, 배기구의 측면 배치, 넓은 폭의 타이어 등을 적용해 고성능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현대차는 향후 앤트맨과 와스프 영화 장면을 활용해 제작한 벨로스터, 코나, 싼타페의 광고 및 메이킹 필름과 더불어 마블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디자인한 ‘앤트맨-현대차 콜라보레이션 포스터’를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다.

앤트맨과 와스프에 등장하는 벨로스터

현대차는 이전에도 인터넷 기반 TV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와 2년간 계약해 마블 슈퍼히어로 드라마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아이언 피스트', '루크 케이지' 등에 제네시스와 쏘나타 등을 출연시킨바 있다. 현대차는 이들 4명의 영웅이 함께 등장하는 새로운 시리즈물인 '더 디펜더스'에도 차량을 협찬하기로 했다.

◆ 아우디·렉서스 등도 슈퍼히어로 마케팅 활발

슈퍼히어로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곳은 독일 자동차 회사인 아우디다. 아우디는 2008년 처음으로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에 주인공의 자동차로 자사의 슈퍼카인 R8을 등장시켰다. 이후 아이언맨2, 아이언맨3,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마블의 슈퍼 히어로물에 차량을 선보이며 영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도 R8 플러스 쿠페를 토니 스타크의 차량으로 출연시켰다. 지난해 개봉한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는 신형 아우디 A8을 최초로 공개했다.

아우디 관계자는 "영화의 분위기, 등장인물 캐릭터 이미지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도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며 "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아이언맨의 이미지 덕분에 R8이 미래차라는 이미지가 더 강화됐다"고 말했다.

렉서스 LC500

일본차들도 마블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올초 개봉한 블랙팬서에서는 주인공 차량으로 등장한 스포츠쿠페 렉서스 LC500이 관심을 끌었다. 영화 속에서 광안대교 등 부산 일대를 질주하는 LC500 위에 매달린 블랙팬서와 악당의 치열한 결투가 펼쳐진다. 렉서스를 상징 스핀들 그릴과 렉서스 엠블렘이 영화 장면 곳곳에 노출됐다. 렉서스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1월 말에 열린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블랙팬서 얼굴을 후드에 새긴 LC500을 전시하기도 했다.

쉐보레 타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는 쉐보레가 PPL을 진행했다. 이 영화에서 대형 SUV인 ‘타호’와 ‘콜벳 스팅레이’, ‘실버라도’, 임팔라 등이 수시로 등장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차가 등장하게 되면 적은 비용으로 많이 든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또 강력하고 참신한 캐릭터 이미지를 차에 심어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