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자잉크를 활용한 스마트폰, 태블릿, 모니터 등 새로운 IT(정보기술) 기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전자잉크 화면은 전력 소모가 적고 시야각이 넓지만 LCD(액정표시장치)보다 현저히 느린 화면 전환 속도 때문에 주로 전자책에만 쓰였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제품들은 화면 전환 속도를 대폭 개선했다.

지난 9일 미국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인텔의 새 태블릿 콘셉트 제품을 공개했다. 개발명 타이거 래피즈(Tiger rapids)로 불리는 이 태블릿은 7.9인치의 전자잉크 화면과 일반 화면을 겹쳐 놓은 모습이다. 일반 태블릿에는 윈도 10을 탑재해 일반 PC처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전자잉크 부분은 별도의 스타일러스 펜을 이용해 마치 공책에 필기하듯이 사용할 수 있다. 태블릿과 공책을 합쳐 놓은 듯한 느낌이다.

소니가 이달 초 출시한 전자잉크 태블릿 신제품.

2004년 세계 최초의 전자책을 선보인 소니는 전자잉크 화면의 태블릿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고 있다. 소니가 이달 초 출시한 신제품은 화면 크기 10.3인치로 한 번 충전하면 최대 3주가량 사용할 수 있다. 스타일러스 펜으로 필기도 가능하다. 더버지는 "문서 읽기와 필기에 특화시켜 법조계, 학계, 기업 등을 공략한 제품"이라고 평했다. 가격은 약 70만원이다.

악보를 대체하려는 전자잉크 태블릿도 있다. 일본 테라다뮤직은 지난해 5월 악보 전용 전자잉크 태블릿 귀도를 출시했다. 가격은 182만원으로 고가다. 러시아 최대 스마트폰 업체 요타디바이스는 지난해 한 번 충전으로 100시간 사용할 수 있는 요타폰3를 시장에 내놨다. 앞면은 일반 액정인데, 뒷면에는 전자잉크 화면이 탑재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잉크 화면은 컬러 표현이 어렵고, 반응 속도가 여전히 느려 기존 액정의 보조적 역할에 계속 머무를 것"이라며 "틈새시장을 어떻게 파고드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