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경제가 성공적으로 발전하다가 선진국이 되기 전에 멈춰서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의 신호들이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사진〉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양극화를 주제로 가진 특별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동 집중도가 높은 산업 구조의 특성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006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2만795달러를 기록한 후, 아직도 3만달러에 진입하지 못한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이기도 하다.

크루그먼 교수는 "1988~2011년 활발히 진행된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중간계층과 세계 최상위 1% 부유층이었다"고 했다. 그는 "경제성장으로 전 세계 신흥 중산층이 막대한 이익을 얻은 반면, 가난한 국가들은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했고, 선진국 내에서도 근로자 계층은 소외됐다"며 "경제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업적을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 양극화 같은 어두운 단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광두 부의장은 양극화의 원인을 근래 과학기술 발달로 인한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에서 찾았다. 그는 "기술 진보가 빨라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이러한 임금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행사를 주최한 전경련의 허창수 회장은 "양극화 심화로 계층 이동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면 사회적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경제계는 양극화와 빈곤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