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크리에이터는 로봇이 만든 햄버거를 판매하는 무인(無人) 식당을 오는 27일 샌프란시스코에 연다고 22일(현지 시각) 밝혔다. 약 4.3m 길이의 이 인공지능(AI) 로봇은 20개의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와 350개 센서로 구성됐다. 사람 도움 없이 주문부터 재료 손질, 고기 패티 굽기 등 모든 요리 과정을 혼자서 한다. 사람은 재료를 로봇에 채워넣거나 완성된 햄버거를 고객에게 서빙하는 일만 한다. 과거 햄버거 고기 패티를 굽는 로봇이 개발된 사례가 있었지만, 전체 요리를 혼자 해내는 로봇은 처음이다. 알렉스 바르다코스타스 CEO(최고경영자)는 "로봇은 요리의 맛이 일정하고, 만드는 속도도 빠르다"며 "무엇보다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이라고 밝혔다.

미국 스타트업 크리에이터가 개발한‘버거 로봇’은 재료 손질과 고기 패티 굽기 등 모든 햄버거 요리 과정을 혼자 할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인건비 상승으로 주문 수령부터 요리, 서빙까지 과정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전 세계 요식 업계에 무인(無人)화 바람이 거세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 주문 수령이나 서빙뿐 아니라 복잡한 요리 과정을 대신하는 로봇까지 속속 개발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시간당 최저임금이 최고 15달러까지 치솟자 패스트푸드 업계를 중심으로 로봇 도입을 늘리고 있다. 맥도널드는 지난해 점원 없이 빅맥 버거를 구입할 수 있는 '빅맥 자동판매기'를 보스턴에 도입했다.

◇최고급 수제 버거가 6달러

크리에이터가 개발한 버거 로봇은 고객이 태블릿PC로 주문하면 햄버거를 만들기 시작한다. 빵을 자른 뒤 그 위에 피클과 토마토, 양파, 치즈 등의 재료를 순서대로 올린다. 메뉴에 따라 각종 소스를 ㎎(밀리그램) 단위로 정밀하게 계량해 뿌린다. 마지막으로 즉석에서 소고기를 갈아 그릴에 굽는다. 이 모든 과정이 탑재된 센서와 인공지능으로 제어된다.

이 로봇은 고기를 마구 으깨지 않고 가닥 형태로 만든 뒤 서로 수직으로 교차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패티를 만든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기존 수제 버거 패티들을 분석해 씹는 순간 많은 육즙이 나오도록 설계한 것이다. 크리에이터는 매일 배달되는 신선한 재료와 최고급 소스를 사용한다. 이 정도 수준의 햄버거는 미국에서 15~16달러를 받지만 크리에이터는 단 6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다.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유명 셰프가 만든 수제(手製) 버거처럼 맛이 뛰어나면서 가격은 저렴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르다코스타스 CEO는 버거 로봇 도입으로 '혁신적이다'라는 찬사와 함께 향후 요식 업계 고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재료 관리·식당 관리 직원 시급을 미국 평균보다 높은 16달러(약 1만8000원)로 책정하고, 직원의 근무시간 일부를 자기 계발에 사용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건비 싼 중국도 로봇 식당 바람

식당·카페에서의 로봇 활용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 여행 업체 HIS는 지난 1월 도쿄에 무인 카페 '헨나카페'를 열었다. 7개의 관절로 이뤄진 로봇이 커피콩을 간 뒤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뽑아 3분 만에 고객에게 내놓는다.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 문을 연 '줌 피자'는 로봇이 도우 반죽을 하고 오븐에서 피자도 굽는다. 피자 배달도 자동 온도 조절 기능이 탑재된 로봇이 한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동닷컴은 오는 8월 로봇 식당 조이스(JOY'S)를 연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음식 주문 수령부터 요리·서빙까지 전 과정을 로봇이 맡기 때문에 직원은 거의 없다. 징동닷컴이 개발한 '로봇 셰프'는 중국 유명 셰프의 요리법을 학습해 40여 가지 중국 요리를 5~10분에 만들 수 있다. 징동닷컴은 오는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1000개의 로봇 식당을 열 계획이다.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유통 기업 허마도 자체 개발한 로봇이 음식 주문부터 요리·서빙까지 전 과정을 사람 대신 하는 식당을 올해 내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에도 로봇 식당이 등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에서는 이달 초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음식 주문 번호와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배달 로봇 '딜리'가 주방에서 음식을 서빙하는 시범 서비스를 도입했다. 딜리는 국내 최대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만들었다. 송재복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주로 산업 현장에 쓰이던 로봇이 기술 발달로 요식업까지 진출하고 있다"며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어 이런 추세는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