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조선사 가운데 올 들어 선박을 한 척이라도 수주한 곳은 42곳뿐이다. 세계 조선업이 가장 호황이던 2007년 706곳과 비교하면 6%에 불과하다. 현재 건조할 선박(수주 잔량)이 한 척이라도 있는 조선사는 354곳으로 2009년(930곳)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조선사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우리나라 대형 조선 3사는 최근 1년간 해양플랜트는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지만, 유조선·컨테이너선·가스선 등 상선(商船) 수주에서는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설비나 인력 등 생산 능력과 비교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벌크선(광물 운반선)을 제외한 모든 선종 수주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24일 조선·해운 조사 회사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은 올 들어 5월까지 410만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표준화물선으로 환산한 t수), 87척을 수주해 시장점유율 41%로 1위에 올랐다. 중국이 36%(359만CGT·157척), 일본이 11%(113만CGT·36척)로 뒤를 이었다. 5월 한 달만 놓고 보면 한국 조선사는 세계 선박 발주의 절반 이상인 55%를 수주했다. 국가별 수주 잔량은 중국이 38%로 1위이며, 한국은 22.5%, 일본 19% 순이다. 한국은 1월부터 수주 잔량에서 일본을 제쳤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나 LNG를 연료로 하는 선박 수주전에서 한국 조선사가 싹쓸이하다시피 한다. LNG선의 경우 1분기 글로벌 발주 물량 16척 중 15척을 한국 조선 3사가 따냈다. LNG선은 1억8000만달러 수준으로 대형 유조선(8700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

지난 19일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LNG 운반선 화물창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증발 가스를 100% 다시 액화해 화물창에 집어넣는 '완전재액화시스템(FRS)'을 탑재한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데 성공하는 등 기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 중국·인도 등 LNG 소비 증가에 따른 LNG선 발주도 매년 증가할 전망이어서 한국 대형 조선사는 LNG 선박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클락슨은 2020~2023년 LNG선 평균 발주량은 52척으로 작년(17척)의 약 3배로 커지는 등 앞으로 5년간 LNG선 194척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