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상품 수출실적에서 반도체 비중이 높아지고, 주요 수출시장의 중국·베트남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수출의 품목, 지역 집중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품목과 지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대외 경제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출 품목과 지역의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4일 발표한 ‘수출입집중도의 현황과 문제점’ 보고서에서 “품목별 수출집중도의 허핀달지수는 지난해 1218포인트(P)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7년 이래 최고였다”고 밝혔다.

허핀달지수는 개별 품목, 지역의 수출이나 수입 점유율을 제곱해 구한 값으로, 수출입의 품목, 지역 집중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허핀달지수가 높을수록 특정 품목이나 지역으로 수출입이 집중됐다는 의미다.

연구원에 따르면, 품목별 수출집중도는 지난 2010년 1204P를 기록한 후 하락추세였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상승하고 있다. 올해 1~5월은 1210P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최근 품복별 수출집중도가 상승한 배경으로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17.1%였던 반도체 수출비중은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인 20.3%까지 치솟았다. 주력 수출품인 선박과 자동차 수출이 감소하는 반면, 반도체 수출이 ‘나홀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수출집중도도 심화했다. 1998년 615P로 최저점을 찍은 뒤 계속 높아져 올해 1∼5월 1018p로 1991년(1096P)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보고서는 최근 중국, 베트남으로 수출이 급증한 데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만 해도 전체 수출 중 베트남과 중국 비중은 각각 1.0%, 10.7%에 그쳤지만 올해는 베트남이 8.1%, 중국은 26.4%로 확대했다.

품목별 수입집중도 또한 지난해부터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상승하고 있다. 품목별 수입집중도는 2012년 1514P에서 2016년 799P로 낮아졌다가 올해 1007P까지 다시 상승했다. 반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 등 지속적인 수입국 다변화 노력으로 지역별 수입집중도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다.

사진=조선DB

보고서를 작성한 김천구 연구위원은 “수출 다변화가 이뤄지지 못할수록 경제 호황과 불황의 진폭이 크고 글로벌 수요가 감소할 때 다른 국가보다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면서 “수출 품목의 다변화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수출 점유율이 높은 품목은 수요 변화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경제의 충격에 대비해 에너지원을 다변화하고 에너지 절약형 신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