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60조원의 국내 1위, 세계 5위 철강회사 포스코를 이끌 새로운 수장 후보로 최정우(61·사진) 포스코켐텍 사장이 선정됐다. 포스코 50년 역사상 첫 비(非) 엔지니어 출신 회장 후보로 의외의 인선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맨' 중 비 권오준 라인이 뽑혔다는 평가다.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최 사장을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24일 최 사장은 후보 선정 소감을 통해 “영광스러우면서도 어깨가 무겁다”며 “포스코 임직원과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경영계획을 말하겠다”고 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최 후보가 포스코 그룹 사정에 정통한 포스코맨이면서도 권오준 회장과의 연결고리가 없었기 때문에 선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후보는 엔지니어‧서울대 출신인 권오준 회장과 달리 재무전략통‧부산대 출신이다. 포스코 내부 출신 중 서울대를 나오지 않은 포스코 회장은 외부 출신 김만제 회장을 제외하면 한 명도 없다.

CEO 후보 선정 작업을 맡았던 승계 카운슬은 깜깜이 인선과 정치적 외압 논란에 부담을 느끼고, 외부 인사를 모두 제외한 뒤 전‧현직 포스코 인사로만 최종 후보 5인을 선정했다. 승계 카운슬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며 주주사‧서치펌‧중우회(퇴직임원모임)‧노경협의회(직원대의기구) 등을 통해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 등 외부 인사를 추천 받았지만, 모두 최종 후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포스코 출신으로만 최종 후보가 구성되자 이번에는 ‘포피아(포스코 마피아)’에 대한 잡음이 생겼고, 이를 의식해 나머지 인선 작업을 진행했다는 해석이다. 포피아는 포스코 전혁직 임원으로 구성된 일종의 파벌로 서울대 금속공학과, 엔지니어, 제철소장 출신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장인화 포스코 사장은 최후의 2인까지 남는 등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최 후보보다 조금 더 ‘권오준 라인’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면서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장은 서울대를 나왔을 뿐 아니라 권 회장과 같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출신이다. 권 회장 재임 시절 기술연구원장을 지내는 등 복심(腹心)으로 불렸다.

최종 후보 5인에 오른 오인환 포스코 사장은 권 회장이 경영자 훈련 프로세스 활성화 방안 일환으로 도입한 첫 COO(Chief Operating Officer‧철강부문장)에 임명되면서 사실상 2인자 역할을 맡아왔다. 확실한 권오준 라인으로 분류되는 만큼 오 사장을 후보로 선정했을 경우에도 포피아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나머지 후보였던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은 대우맨 출신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한때 권 회장과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김진일 전 포스코 사장은 이미 퇴직했을 뿐 아니라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최 후보 선임 배경에 대해 “글로벌 경영역량, 혁신역량, 핵심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 사업추진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재무관리와 감사 등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철강 이외 분야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비엔지니어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 7월부터 포스코 가치경영센터장을 역임하면서 그룹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며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 새로운 기업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된다”고 했다.

최 후보는 특히 포스코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 또 철강 생산‧판매에서 탈피해 그룹 전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할 뿐 아니라 그룹사, 수요산업, 거래업체 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최 후보가 회장이 되기까지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 포스코켐텍 등 주요 핵심계열사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그룹 전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그룹 경쟁력과 시너지 창출에 가장 적격”이라고 했다.

또 지난 2월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룹 내 신성장동력을 이끌기도 했다. 포스코켐텍은 2차전지 주요 소재인 음극재, 프리미엄 침상코크스 등 탄소소재 사업에 진출하는 등 포스코 그룹 내 소재 분야 핵심 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