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를 겨냥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특위)는 22일 종부세의 세율과 과세표준에 반영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내년부터 세금을 늘리는 5가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1주택자의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만 인상하고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을 동시에 적용해 차등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주택자에 대해선 징벌적 세금이 매겨질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세율을 인상하려면 국회에서 세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쟁점화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부로선 부담이다.

재정특위의 종부세 인상안은 현행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100%까지 높이고, 최고 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는 게 핵심이다. 동시 인상안이 적용되면 시가 10억~30억원 상당의 다주택자 세금부담은 최대 37.7% 늘어난다.

재정특위의 권고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돼 내년에 시행되면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만에 종부세가 강화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종부세 최고세율은 3.0%에서 현행 2.0%로 인하됐다. 재정특위는 오는 28일 최종 권고안을 마련해 내달초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권고안을 내년 세제 개편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만 적용될 듯

재정특위가 이날 공개한 방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연 10%포인트 인상(1안) △최고세율 2.5%까지 인상(2안) △공정시장가액비율 연 2~10%포인트와 최고세율 2.5%까지 동시 인상(3안)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만 인상(연 2~10%포인트)과 다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 및 세율 동시 인상(4안) △과표구간 조정 및 3주택 이상 추가 과세(5안) 등이다.

종부세는 현재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을 합친 가격이 6억원, 1가구 1주택자는 9억원이 넘는 경우 소유자에게 부과된다. 세금 액수는 시세의 60~70% 수준인 주택 공시가격에서 기본 공제 9억원(다주택자는 6억원)을 제하고 남은 금액에 다시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적용해 과표 구간을 정한 뒤 구간에 맞는 세율(0.5~2%)을 곱해 산출한다.

현행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과 명목 세율(0.5~2.0%)를 건드리면 모두 세금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재정특위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간 10%포인트 또는 연간 2~10%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정부 안팎에서 가장 유력한 보유세 인상안으로 꼽혔던 방법이다.

재정특위는 명목 세율을 직접 올리는 방안과 공정시장가액과 명목 세율을 동시에 올리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명목 세율 인상은 현행 0.5~2.0%을 0.5~2.5%로 확대하는 것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간 10%포인트씩 올리면서 명목 세율을 인상(0.5~2.5%)하면 고가 주택(시가 10억~30억원) 보유자 중 1가구 1주택자의 세금은 최대 25.1%,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최대 37.7% 늘어난다.

정부 안팎에서는 동시 인상안은 다주택자에 차등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만(연 2~10%포인트) 인상하고, 다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연 2~10%포인트) 인상과 세율 인상(최고세율 2.5%까지 인상)을 함께 적용하는 것이다.

강병구 재정특위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종부세 개편은 국민적 수용성이 필요하고,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며 “(공정시장가액비율과) 명목세율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바람직한 부동산세제 개혁방안’을 주재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 “강남 똘똘한 한채 투기 심리 부추길 수도"

일부 전문가들은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구별해 종부세 인상을 추진하는 재정특위의 방안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세금 체계를 이원화할 경우 정부의 재정 관리 어려움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고가의 1주택을 소유하려는 이른바 ‘강남 똘똘한 1채’와 같은 투기 심리가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다주택자가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지방 보유 주택을 매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재산세 개편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선화 지방세연구원 특례연구센터장은 “종부세부터 개편안을 만들고 나중에 재산세 체계를 바꿀 경우 재산세 개편으로 인해 또다시 종부세가 영향을 받는다”며 “과도한 개편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종부세와 재산세를 함께 개편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