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가 호텔신라(008770)(신라면세점)를 따돌리고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면세업계는 높은 입찰 금액을 써낸 신세계디에프가 점수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관세청은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재입찰을 위한 특허심사위원회의 최종 심사를 마치고 신세계디에프를 인천공항 1터미널 DF1과 DF5 구역의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했다. 신세계면세점은 경쟁업체인 신라면세점을 제치고 DF1·DF5 등 2개 사업권을 모두 확보했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31일 평가위원회 평가를 거쳐 이들 두 업체를 복수사업자로 선정하고 관세청에 통보했다.

이날 심사에서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와 한인규 신라면세점 대표가 각각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을 맡았을 정도로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들은 최종 심사 전부터 오랜 시간을 들이는 등 최종 PT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은 앞서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던 구역의 사업자 재선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철수했다. 향수·화장품 및 전 품목을 판매할 수 있는 DF1 구역과 패션·피혁 판매 구역인 DF5의 지난해 매출은 국내 면세업계 총매출 14조원의 7%가량인 1조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관세청 심사 배점은 1000점 만점으로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 운영인의 경영능력 (5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50점),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200점) 등이다. 이중 절반인 경영능력은 1차 심사에서의 인천공항공사 평가 결과를 반영했다. 인천공사 평가 점수 500점 가운데 400점은 입찰가격으로, 총 배점 1000점 중 60%가 사업 역량, 40%가 입찰금인 꼴이다.

DF1 구역 심사에서 신세계면세점은 총 배점 1000점 중 879점을 받아 815점을 받은 신라면세점을 앞섰다. DF5 구역에 대해서는 신세계면세점이 880점을, 신라면세점이 807점을 받았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최종 PT에서 경쟁사보다 강점인 사회환원·상생협력 부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승배 신세계디에프 지원담당 상무는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협력 부분이 신세계면세점의 강점이라고 생각해 그 부분을 강점으로 내세웠다”며 “2016년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개점 당시 138개였던 중소·중견기업 화장품 브랜드를 현재 157개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임 상무는 “현재 향수·화장품 브랜드를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며 “대부분의 공간을 중소·중견기업 제품으로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신라보다 20% 이상 높은 입찰금액을 쓴 점도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DF1과 DF5에 각각 2762억원, 608억원을 제시한 반면 신라는 DF1에 2202억원, DF5에 496억원을 제시했다. 신세계가 각각 25.4%, 22.5%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이다.

신세계디에프가 최종 879점·880점으로 DF1·DF5 구역의 사업권을 따내 점유율 18.7%로 올라서며 롯데(35.9%)와 신라(29.7%)와 겨룰 정도로 덩치가 커지게 됐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번 심사 결과에 대해 “국제공항 면세점 운영 전문성과 차별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입찰에 참여했지만 입찰 금액에 밀려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국내 3위 사업자인 신세계면세점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3강 구도가 마련됐다”며 “독과점 구조 해소로 면세 시장의 건전성이 확보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명동점을 비롯해 스타필드, 시코르 등에서 보여준 콘텐츠 개발 능력에 좋은 평가를 준 것 같다”며 “규모가 커진 만큼 업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