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야산. 산비탈에 들어찬 태양광 패널 사이로 벌건 흙이 드러나 있었다. 철제 울타리를 뚫고 흘러내린 돌과 흙더미도 곳곳에 쌓여 있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고 나무를 베고 산을 깎는 바람에 지반이 약해져, 지난 5월 장마도 아닌 봄비에 산사태가 난 것이다.

경북 군위군 김모(65)씨 집에서는 선산(先山)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문중 회의가 최근 열렸다. 조상 묘를 이전하고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자는 주장과 돈 때문에 조상 묘를 이전하는 것은 불효란 주장이 팽팽히 맞서, 양측 감정이 상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19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야산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주변으로 나무들이 베어져 나가 생긴 공터가 길게 이어져 있다. 태양광 발전소 공사가 마무리 중인 이곳에선 지난달 산사태가 일어났다.

전국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소는 산림 훼손과 부동산 투기, 주민 간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제도 등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두르다가 생기는 부작용이다.

태양광이 친환경? 환경 파괴 심각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한국전력이 최대 20년간 고정 가격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사주기로 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며 "땅값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은행 예금이자의 5~10배에 달하는 10~20%의 수익률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달 30일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태양광 발전 사업을 마치면 시설 철거와 산림 원상 복구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원상 복구 비용이 많이 들어 산림 태양광 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산림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지 못하면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 설비를 30.8기가와트(GW) 늘리겠다는 정부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올해 1~5월 설치된 전국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 66만㎾ 중 산림 태양광(22만㎾)은 3분의 1에 달했다.

원전 1기에 해당하는 1GW 전력을 생산할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려면 엄청난 땅이 필요하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여의도(면적 2.9㎢) 4.6개(13.2㎢)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원전은 1GW 설비 용량을 갖추는 데 필요한 부지가 0.6㎢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국내 태양광 보급 잠재량 113GW 중 산림은 14GW(12.8%)에 불과해 목표치 달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여건 불리… 결국 국민 부담

문제는 또 있다. 우리나라는 일조량이 미국의 70%에 불과하다. 1시간 동안 1㎡ 땅에 내리쬐는 일조량은 미국(1400㎾h)이 한국(985㎾h)의 1.4배다. 1년 일조(日照) 시간으로 환산하면, 우리는 2312시간이고 미국은 3055시간이다. 이렇다 보니 태양광발전은 최대 가동 능력 대비 실가동률을 뜻하는 평균 설비 이용률도 낮다. 한국은 이 수치가 12~15%로, 미국(21%)과 중국(17%)보다 낮다. 결국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 발전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설비나 양수발전 설비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결국 문제는 전기 요금 인상이다. 원전 가동이 줄면서 값비싼 LNG와 석탄 발전량은 늘고 있다. 미세 먼지에 대한 우려에도 석탄 발전량은 2016년 1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 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LNG 발전량도 36% 늘었다. 게다가 석탄과 LNG 가격은 국제 원유 가격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크다. 올 들어 국제 유가 상승으로, LNG와 유연탄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하반기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 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노동석 박사는 "결국 태양광 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전기 요금 상승 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탈원전 정책으로 국민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