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27일, 중국 산둥성 시다오완에서 세계 최초의 4세대 원전이 완성된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기술로 만든 '고온가스로(HTR-PM)'의 실증 원자로다. 발전용량은 기존 원전의 5분의 1 수준(210MW)이지만, 방사성 누출이 없는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뛰어나다. 이 미래형 원전을 중국이 원전 선진국인 미국·프랑스·러시아를 제치고 먼저 만든 것이다. 세계 원자력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중국 정부는 고온가스로 수출을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원전 신기술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것은 중국 정부뿐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2010년 테라파워를 설립해 우라늄 대신 토륨을 사용하는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토륨은 매장량이 천연 우라늄의 4배에 이르고 폐기물 발생량이 적다. 빌 게이츠는 2013년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중국핵공업집단(CNNC)과 미래형 원전 기술을 개발 중이다.

러시아는 육상에만 있던 원자로를 바다 위로 옮겼다. 지난 4월 러시아는 세계 최초의 해상 원자력발전소인 '아카데미크 로모노소프'를 성공적으로 바다에 띄웠다. 2만1000t 무게로 원자로 2기가 장착돼 있다. 해상 원전은 한 번 핵연료를 장착하면 5년 동안 계속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1979년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소극적이던 미국도 미래형 원전 개발에는 적극적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최근 누스케일사의 미래형 원전인 '소형 모듈 원전(SMR)'에 대한 설계 심사에 들어갔다. 반면 한국은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신기술 개발이 위축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1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입하며 고온가스로 개발에 나섰지만, 시험용 원자로 하나 짓지 못했다. 김민환 원자력연구원 고온가스로개발부장은 "그동안 원전 기술력에선 우리가 중국에 앞서 있다고 자부해왔지만, 이젠 깨끗이 패배를 인정해야 할 것 같다"며 "4세대 원전 경쟁에서 중국과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