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출범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초대 사장 선임을 두고 해운업계에서 "비(非)전문가가 정부 입맛에 따라 선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설립되는 '공공기관 1호'인 해양진흥공사는 법정 자본금이 5조원이며, 초기 납입자본금은 3조1000억원에 이른다. 사장이 되면 임원 4명을 포함해 81명을 거느리게 되고, 한 해 동안 주무를 수 있는 예산이 1300억원에 달한다.

해양진흥공사는 2016년 한진해운이 파산한 뒤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해운산업 재건을 목표로 설립되는 공공기관으로,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사에 대한 선박 발주와 금융지원을 주로 담당할 예정이다.

(왼쪽부터)김연신 후보, 나성대 후보, 황호선 후보

현재 해양진흥공사 사장 후보는 김연신 전 성동조선 사장, 나성대 한국선박해양 사장, 황호선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명예교수 등 3명으로 압축됐다. 해양진흥공사 설립위원회는 서류 심사와 개별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 3명을 선정했고, 현재 청와대에서 인사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의 관할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번 달 안으로 초대 사장 선임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후보로 황호선 교수가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경남중·경남고 동기인 황 교수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부산 지역의 진보성향 교수들이 설립한 시민사회연구소 초대원장을 맡았고, 해수부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부산 사상구 구청장 후보로 나섰다.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던 문 대통령이 황 교수의 지원 유세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운업계에선 황 교수의 사장 선임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황 교수를 반대하는 측에선 전형적인 '폴리페서(polifessor)'로, 해운 항만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를 든다. 부산지역의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위기에 빠진 해운업계를 되살리려면 무엇보다 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사장직을 맡아야 한다"며 "지역 연구학자인 황 교수가 과연 해운업에 대한 전문성과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인사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해운업체 관계자는 "해양진흥공사가 성공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선 현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을 잘 이해하고, 대통령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사장이 되어야 한다"며 "황 교수는 분명한 강점이 있으며,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전문성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사장 후보인 김연신 전 성동조선 사장은 1998년까지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한 뒤 교보문고 상무를 지냈고, 2013년 성동조선 사장직을 맡았다. 김 전 사장은 조선업 전문가로 해운업계에 대한 폭넓은 전문성이 갖췄으나, 그가 일했던 대우조선과 성동조선이 모두 부실기업이 됐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나성대 한국선박해양 사장은 재무부·재정경제부 등에서 일한 공무원 출신으로, 2015년 KDB산업은행 부행장직을 맡았다. 나 사장은 금융 전문가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비(非)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해운업계의 분위기와는 다소 어긋난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