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유럽에 진출, BMW·벤츠 등 정통 고급차와 정면 대결에 나선다.

18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5일 제네시스의 유럽 판매 사전작업을 전담할 ‘유럽제네시스진출 태스크포스(T/F)팀’을 출범했다. 이 팀은 제네시스의 유럽 시장 판매망 구축과 현지 고급차 시장 조사, 광고·마케팅 전략 등을 담당한다.

지난 7일 개막한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제네시스의 전기차 콘셉트카 에센시아를 사이에 두고 기념촬영하는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부사장(오른쪽). 왼쪽은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센터 부사장

유럽제네시스진출T/F는 현대차 제네시스 사업부에 소속된 직원 15명으로 구성돼 올해 말까지 운영된다. 제네시스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부사장이 직접 T/F의 팀장을 맡아 유럽 진출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현대차의 프리미엄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제네시스는 현재 국내와 북미 등 일부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제네시스는 2015년말 최고급 대형세단 EQ900을 출시한데 이어 2016년 대형세단 G80, 지난해 중형세단 G70을 잇따라 선보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제네시스가 BMW·벤츠·아우디·렉서스 등 해외 고급차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처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현대차는 그동안 제네시스의 유럽 진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유럽을 대표하는 고급차 메이커에 비해 브랜드 역사가 짧고 판매 차종도 3종에 불과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럽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없는 것도 주된 약점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최근 제네시스가 SUV를 포함한 추가 모델 개발에 나서면서 유럽 진출 시기도 앞당기기로 결론을 내렸다. 제네시스는 현재 개발 중인 준대형 SUV인 GV80을 내년에 출시하고 중형과 준중형 SUV 모델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부산모터쇼에서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카인 에센시아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차 개발도 예정돼 있다.

최근 국내와 북미에서 제네시스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이 커진 이유로 꼽힌다. 올들어 5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제네시스 EQ900의 판매량은 4523대로 전년동기대비 18.2% 감소했고 G80도 1만6828대로 4.1% 줄었다. 미국 시장의 경우 지난달 제네시스 전체 판매량은 38.6% 급감한 1076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제네시스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내년 SUV 모델 출시와 함께 유럽 판매가 시작되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독일, 영국 등 현지 고급차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체계적 마케팅, 판매 전략을 올해 말까지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올들어 제네시스의 중국 판매 실무작업을 담당하는 T/F와 현대차의 중동·아프리카 법인 설립을 위한 T/F를 잇따라 구성했다. 이에 따라 제네시스는 이르면 내년부터 유럽과 중국, 중동 등으로 판매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