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작년 12월 "2030년까지 100조원을 들여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내용의 이른바 '3020'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계획을 실천하는 데 중요한 재원 부담은 차기 정부로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체 발전량의 7%(2016년 기준)를 담당하는 재생에너지를 20%로 올리려면, 2017년 말 기준 15.1GW인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2030년까지 63.8GW로 늘려야 한다. 48.7GW 규모의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를 증설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용량 1.4GW인 신고리 5·6호기나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원전 35기를 새로 짓는 것과 맞먹는다. 정부는 이 같은 양의 신규 재생에너지 보급을 2단계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2022년까지를 1단계로 보고 전체 신규 설비의 4분의 1가량인 12.4GW를 새로 건설하고, 이후 2023~2030년까지를 2단계로 설정해 나머지 36.3GW의 신규 설비를 짓는다는 것이다.

계획을 규모별로 살펴보면, 필요 신규 설비 48.7GW 가운데 28.8GW는 발전(發電) 공기업 등 대형 발전사가 추진하는 수상태양광 등 대규모 사업으로, 나머지(19.9GW)는 주택·건물 등 자가용 설비, 농가 태양광 등 소규모 사업으로 만든다.

문제는 현 정부가 많은 자본·기술·부지가 필요한 대규모 사업 28.8GW 가운데 17%(5GW)만 1단계에 추진하고, 나머지 23.8GW(83%)는 2단계에 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92조원으로 예상한 재원도 임기 이후에 더 많은 부분이 집행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22년 말까지 전체 재원의 3분의 1가량인 23조5000억원이 필요하고 이후 68조7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3분의 2에 달하는 재원 부담은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탈원전·탈석탄과 함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정부 예상보다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희천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설비 용량 중 실제로 발전하는 비율을 따져보면 한국의 경우 태양광은 15%, 풍력은 23%가 채 되지 않는다"며 "또 재생에너지는 신규 설비 설치비뿐만 아니라 날씨에 따라 가변적인 발전량을 보완하기 위한 추가 비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