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차원(입체) 반도체 기술로 잘 알려진 '핀펫(Fin-fet)'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특허관리 자(子)회사인 카이스트IP에 4000억원대의 배상금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 텍사스주(州) 동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에 "카이스트IP가 갖고 있는 핀펫 기술 특허를 무단 사용했기 때문에 4억달러(약 4400억원)의 배상금을 물어내야 한다"고 16일(현지 시각) 평결했다. 법원은 향후 배심원단의 평결을 참고해 1심 판결 및 배상금 규모를 확정한다. 카이스트IP는 2016년 11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이 무단으로 핀펫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반도체 등 비(非)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쓰고 있는 핀펫 기술을 직접 개발했는지, 외부 기술을 무단 도용했는지 여부다. 카이스트IP는 서울대 이종호 교수(전기공학과)가 2001년 원광대 교수 재직 시절 개발한 핀펫 기술 특허를 삼성이 무단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 교수가 개발한 기술을 알기 전부터 내부적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배심원단은 평결 과정에서 삼성전자 대신 카이스트IP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향후 배상금 규모가 더욱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미국 법원에서 삼성이 고의적으로 특허를 침해했다고 결론 낼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해 배상금 규모를 3배까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 침해 소송이 연이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이미 카이스트IP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10나노 공정의 핀펫 기술 특허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의 입장을 최대한 설명하고, 다양한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