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北 비핵화 계획 없어…원화 약세 압력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상승하며 이달 처음 1080원대에 올랐다(원화 약세). 미 통화 긴축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미 증시가 하락하는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9원 오른 1083.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21일(1085.4원) 이후 최고치로, 이달 들어서는 처음 1080원대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6.8원 오른 1084.0원에 거래를 시작했는데 장중 상승폭이 다소 줄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 이후 원달러 환율은 이달 처음 1080원대로 상승했다.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밤 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했고, 하반기 두 차례 더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상당히 좋다”며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유로화, 엔화 등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지만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이는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는 위축됐다. 김현진 NH선물 연구원은 “미 연준의 태도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해석되지만, 앞서 한국은행은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한미 통화정책의 차별화가 부각되는 점 역시 원화 약세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14일 밤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회의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는 유지됐다. 이에 따라 장중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다소 줄었다.

미북 정상이 지난 12일 열린 회담에서 구체적인 북한 비핵화 방안을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도 원화 약세 압력을 높였다. 당초 미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협의가 나오면 대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계획이 도출되지 않았고,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하면서 원화가 약세 압력을 받은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