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 관련주에 밀려 잠잠했던 6·13 지방선거 테마주들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맥을 못 추고 있다. 당락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인 테마주 대부분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당선이 확정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테마주로 분류된 모헨즈(006920)의 주가는 7.43% 하락한 66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모헨즈는 김기수 대표이사가 박 후보가 상임이사를 지냈던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운영이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박원순 테마주'로 분류됐다.

조선일보DB

주식시장에서 정치 테마주는 대개 후보의 지지율과 함께 움직인다. 하지만 박 후보가 ‘첫 3선 서울시장’이라는 기록을 세웠음에도 모헨즈의 주가는 박 후보가 처음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지난달 31일(종가 7270원)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고배를 마신 안철수 후보의 대표적인 관련주 안랩(053800)의 주가는 6%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당선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 당선인의 테마주도 형편은 비슷하다.

김 후보는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다 당선이 확정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압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김 후보의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은 상승세를 타지 못 하고 있다. 국영지앤엠(006050)은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최재원 대표가 김 후보와 서울대 정치학과 65학번 동문으로 알려져 ‘김경수 테마주’로 분류됐으나, 주가는 전날보다 7.13% 떨어졌다.

GMR머티리얼즈는 현직 감사와 대학교수인 전직 사외이사 등이 김 후보와 함께 학생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관련주로 분류되고 있으나 이날 장 초반 반짝 상승하는 데 그쳤다. GMR머터리얼즈는 이내 하락으로 돌아서 전날 대비 2%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형수 욕설 논란, 여배우 스캔들 등을 비롯해 선거 막바지 각종 파문을 이겨내고 당선된 이재명 후보 테마주도 하락하고 있다. 앞서 이 후보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오리엔탈정공(014940)(-1.49%), 에이텍티엔(-10.04%), 에이텍(045660)(-12.44%) 등이 전날보다 약세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된 테마주는 다른 선거 때에 비해 눈에 띄는 변동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해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였던 남북 경협주에 쏠렸기 때문이다. 또 이번 지방선거는 일찍부터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돼 왔다.

최동헌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 팀장은 “이번에는 증시에 다른 이슈가 워낙 많아 정치 테마주의 주가가 수직상승하거나 하는 것 없이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의 변동성을 보였다”면서 “철도라든지 실물 경기로 이어질 수 있단 기대감에 남북 경협 테마로 더 많은 관심이 쏠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집권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좋았기 때문에 지방선거도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어, 선거 승리가 주가를 움직일만한 모멘텀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면서 “또 지방선거는 국가단위보단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정책 관련 문제라서 주가를 크게 움직일만한 이슈가 아니란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