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3일(현지시각) 열린 6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면서 올해내 기준금리를 두차례 더 인상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날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된 것이지만 추가 금리 인상 횟수가 당초 한차례에서 두차례로 늘어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의 경제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제거하기 위해 통화긴축에 대한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19.53포인트(0.47%) 하락한 2만5201.20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오전 10시36분 현재 전거래일보다 25.85포인트(1.05%) 떨어진 2442.98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통화긴축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국내 증시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50bp(0.5%포인트)로 커지긴 했지만 환차손 등을 감안하면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한국이 다른 신흥국과 달리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등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2013년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 때와 같이 오히려 한국 시장의 차별화가 부각되면서 해외 자금이 더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신흥국을 고려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걷겠다고 공식화한 것인 만큼 최근 패닉 징후를 보여온 신흥국 시장의 동향에 따라 국내 증시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흥국 시장에서 이른바 ‘긴축 발작’ 현상이 자주 나타나면 한국도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가 커지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변수로 거론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부 전경

◇ 예상보다 빠른 속도…“그래도 당장 영향 없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매파적 성향에 놀랐다”면서도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준 금리보다 시장 금리가 중요한데, 밤사이 미국 국채 10년물은 소폭 올랐고 30년물은 오히려 내렸다”면서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인 요소”라고 했다. 이어 “2004~2007년 연준이 금리를 올릴 때도 시장금리는 오르지 않아 증시가 랠리를 펼쳤던 바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금리 목표치가 수정되지 않은 것도 다행스러운 요인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예상 횟수는 올해 4회(현재 2번 인상), 내년 3회, 2020년 1회다. 2020년 기준금리 목표치는 연 3.5%로 변동이 없다.

이은택 애널리스트는 “GDP나우가 예측한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4.6%인 점을 보면 올해 총 4번 인상을 안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에 대한 판단이 자신있어서 먼저 올리고 나중에 상황을 보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4회를 넘어 5회 인상을 발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4회 인상이 공표됨으로써 불확실성 해소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도 “건전성이 양호한 동아시아 신흥국(중국, 한국)은 오히려 매력이 더 높아졌다고 본다”고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내년부터 FOMC 회의 때마다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기 상황에 맞춰 금리 인상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연준이 시장 상황을 계속 살피겠다는 의미”라는 긍정적인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 = 박길우

◇ 신흥국 전염 염려…한은, 대외환경 때문에 금리 올려야 할 수도

문제는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들의 불안이다. 지난달 이후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외국인 자본 이탈에 따른 증시 충격으로 금리를 올리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들 신흥국에선 외국인 자본 이탈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 다행히 아직은 시장이 크게 휘청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브라질 헤알화의 경우 연준 발표가 전해진 뒤 하락하다가 다시 반등해 보합세로 마감했다. 달러 인덱스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0.12% 떨어진 93.69에 마감했다.

신동수 애널리스트는 “과거 신흥국 불안이 커질 때마다 한국 또한 많건 적건 자금이 유출됐다”면서 “한국은행이 대외여건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대외 여건이 양호해 외국인 자금 유출이 거세지진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최서영 삼성선물 이코노미스도 “연준의 통화긴축 가속화가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면서 “잡음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