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충남 천안시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 4층 푸드코트. 한 방문객이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고 빵과 샐러드를 주문하고 결제했다. 5분쯤 뒤 이 고객의 자리로 가로 67㎝, 세로 77㎝, 높이 83㎝의 원통형 로봇이 다가왔다. 고객은 테이블에 적힌 안내문을 본 다음 이 로봇의 몸통 뒤를 열고 주문한 빵과 샐러드를 꺼내 들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고려대 정우진 교수팀과 개발한 자율주행 음식 배달 로봇 '딜리'의 현장 테스트 모습이었다.

딜리의 임무는 매장에서 음식을 받아 고객이 앉은 테이블까지 최적의 경로를 파악하고 음식을 배달하는 것. 몸통에는 위치 센서와 장애물 감지 센서를 장착해 사람이나 테이블에 부딪히지 않고 제 위치까지 배달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앞으로 3~5년 안에 이런 배달 로봇이 아파트 단지나 대학 캠퍼스, 일반 보행로 등을 달리며 배달하게 할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 김용훈 로봇사업총괄 이사는 "서비스 현장에서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호텔서 짐 나르고 주방에선 요리

주로 제조 현장에서 활약하던 로봇은 이제 유통업과 숙박업, 요식업과 같은 서비스 분야로 활동 영역을 늘리고 있다. 로봇 구동 기술과 카메라를 활용한 이미지 인식 기술이 발전한 덕이다. 일본 로봇 회사 커넥티드 로보틱스가 지난 2월 공개한 로봇요리사 '옥토셰프'가 대표적이다. 이 로봇은 사람 팔처럼 움직이고,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인식해 다코야키(문어빵)를 만들어 낸다. 로봇의 팔은 붕어빵 틀처럼 생긴 36개 구멍에 밀가루 반죽을 떨어뜨리고 문어 다리 조각을 넣고, 사람처럼 이리저리 돌려가며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IBM 인공지능(AI) 왓슨은 카메라가 찍은 사진을 보고 익은 정도를 판단해 꺼낼 시간을 결정한다. 팔처럼 움직이는 구동 기술과 AI가 바탕이 된 이미지 인식 기술이 맛있는 다고야키를 만드는 것이다. 커넥티드 로보틱스 관계자는 "다코야키에 이어 규동과 꼬치구이, 디저트 요리도 로봇이 만들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충남 천안 신세계백화점 푸드코트에서 한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자율주행 음식 배달 로봇 딜리에서 꺼내는 모습(위 사진). 일본 로봇 업체 커넥티드 로보틱스가 지난 2월 공개한 로봇 요리사 ‘옥토셰프’가 다코야키를 만드는 모습.

호텔에서는 이미 로봇들이 현장 실무에 투입된 사례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일본 헨나 호텔, 미국 실리콘밸리의 알로프트 호텔과 싱가포르 밀레니엄 호텔 앤드 리조트, M소셜 호텔은 로봇이 손님을 방으로 안내하고 신문과 음료수를 가져다준다. 이 호텔에서 일하는 배달 로봇은 사람의 허리 정도 높이에 원통 휴지통 모양의 형태로, 주변 파악을 하며 각 객실로 신문이나 수건, 음식 등을 배달한다. 방 앞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투숙객에게 '문 앞에 도착했다'고 알린다. 리처드 리 밀레니엄 호텔 앤드 리조트 부회장은 CNN 인터뷰에서 "호텔 직원들과 대면하고 싶지 않은 투숙객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로봇으로 효율성 높이고 인간은 고차원 서비스에 집중

로봇이 서비스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까닭은 단순하면서 반복적인 작업은 로봇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웅 퀴야우 모에 밀레니엄 호텔 앤드 리조트 IT(정보기술) 담당 이사는 "로봇은 사람의 일을 보완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매년 관광객이 7% 이상 급증하며 호텔·관광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지역이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로봇을 채용하는 만큼, 호텔의 청소·짐 나르기와 같은 단순 업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아웅 이사는 "로봇은 무거운 짐을 사람보다 쉽게 나를 수 있지만, 손님과 따뜻한 미소로 소통할 수 없다"며 "직원들은 단순한 일을 로봇에 맡기는 대신 손님과의 소통과 서비스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