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E3가 열린 1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 6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하루 만에 지난해 대회의 나흘간 관람객 규모 6만8000여명에 육박한 것이다.

올해 E3의 키워드는 화려한 그래픽의 비디오 게임 부활과 e스포츠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E3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전시회에선 작년보다 무려 63%가 늘어난 3250개의 신작 게임이 소개됐으며, 특히 사실감 넘치는 비디오 게임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E3에서 열린 e스포츠 대회는 전 세계 140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E3 주최 측은 "올해 대회에서는 새로 참가하는 85곳을 비롯해 200개가 넘는 게임사들이 혁신적인 신작을 공개했다"면서 "올해 전시회는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가 연간 1380억달러(약 148조원)를 돌파하는 모멘텀(계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영화처럼 화려한 그래픽'에 관객들 숨죽여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EA 등 주요 게임사들은 모두 실감 나는 그래픽으로 무장한 신작을 내세웠다. 현지 매체들은 소니의 PS4(플레이스테이션4)용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2'에서 게임 캐릭터들의 키스신이 나오자 관람객들이 모두 영화를 보듯 숨을 죽였다고 전했다. EA가 공개한 인기 축구 게임 '피파(FIFA) 19'는 축구 선수들의 수염 가닥, 땀방울을 하나하나 3D(3차원 입체) 그래픽으로 묘사했고, 실제 선수들의 프리킥과 슛 동작까지 실제와 비슷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게임 밖으로 나온 캐릭터, 너무 생생한데? - 12일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E3가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신작 게임 ‘다잉라이트2’의 좀비 캐릭터로 분장한 연기자들이 관람객을 잡아먹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게임은 폴란드 업체 테크랜드가 개발한 좀비 액션 게임 ‘다잉라이트’의 후속작으로 올해 E3에서 공개됐다.

IT 전문 매체 더 버지는 "게임 캐릭터의 살아 있는 표정, 영화처럼 움직이는 카메라 앵글과 생생한 소리 등 올해 비디오게임들의 영상은 모두 엄청난 디테일(세밀함)을 자랑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배우의 동작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의 움직임(모션캡처), 사람의 신체를 촬영해 게임 캐릭터로 재현하는 3D 스캐닝 등 게임 개발 기술이 발전한 데다 초고화질 TV와 게임기의 연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게임기에도 인공지능이 들어왔다. MS는 자사의 게임기 엑스박스에 탑재될 AI(인공지능) 기반의 패스트 스타트(Fast start) 기능을 공개했다. AI가 게임 구동에 필요한 파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꼭 필요한 파일을 우선적으로 작동시켜 게임기의 구동 속도를 향상시킨 것이다. 닌텐도는 자사의 대표 게임 포켓몬을 위한 새로운 조작 기기 '포켓볼'을 선보여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포켓볼에는 게임기와 연동해 포켓몬 캐릭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현지 매체에서는 "게임 속 아이템인 포켓볼을 조작 기기로 만든 것은 닌텐도 특유의 창의적인 발상"이라고 극찬했다.

게임 마케팅으로 부상한 e스포츠

이번 E3에선 주요 게임사들이 자체적으로 e스포츠 대회도 열었다. e스포츠 시청자 수가 올해 3억8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자 게임사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총 쏘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사 에픽게임즈는 12일 컨벤션센터 인근의 축구 경기장에서 상금 300만달러(약 32억3000만원)를 내걸고 e스포츠 경기를 열었다. 이 대회에는 유명 게임 방송인들뿐 아니라 NBA(미 프로농구) 선수 폴 조지, 영화배우 재니나 가반카, UFC(종합격투기) 선수 등 다양한 유명인 100명이 참가했다. 일본 닌텐도는 총 쏘기 게임 스플래툰2 대회와 격투 게임 수퍼 스매시브러더스 대회 등 e스포츠 대회를 2개나 개최했고, 중국 텐센트도 모바일 전략 게임 아레나오브밸러 대회를 개최하며 e스포츠 열풍에 가세했다. 자사 게임이 인기 e스포츠 종목이 되면 게임을 구매해 직접 하는 팬들이 늘어나 게임 판매액과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국내 게임업체 넥슨·블루홀·펄어비스는 MS 전시관에서 자사의 엑스박스용 게임 신작을 공개했다. 지난해엔 넥슨이 단독 부스를 내고 신작 게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가 화제가 됐던 것과 비교하면 참가 규모와 주목도가 다소 떨어졌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사들이 최근 모바일 게임에 주력하는 가운데 비디오와 PC 게임이 중심인 E3에 마땅히 내놓을 만한 신작이 없어 참가가 저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