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무차입 공매도 파문을 일으킨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 대한 중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자가 차입 주식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공매도 주문을 낸 것에 대해 중대한 과실로 보고 책임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부터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 발생한 미결제 사고와 관련해 주식대차 및 공매도 주문의 적정성 여부를 점검 중이다. 검사는 빠르면 이번 주에 끝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이 검사 중인 사안이지만 법적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사실상 가능하다는 점이 이번 사고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증권사가 해당 주문을 낸 투자자의 주식 차입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지 않는 한 무차입 공매도를 막을 수단이 없다는 제도적 한계도 지적됐다”며 “증권사의 자체 검열 업무가 중요한 만큼 중징계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검사 중인 사안이라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주식 매매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공매도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는 시장 가격 왜곡을 막기 위해 해당 주식을 확보한 상태에서 공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하락을 예상하고 해당 주식을 빌려와 매도한 뒤 나중에 사서 되갚는 시세 차익 기법이다.

지난달 30일 런던에 위치한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은 투자자로부터 한국 주식 공매도 주문을 위탁받아 홍콩지점에 전달했다. 이어 홍콩지점으로부터 해당 주문을 전달받은 서울지점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 계약을 체결했다.

정상적인 공매도라면 공매도 이후 결제일 기준 이틀 뒤(T+2일)인 6월 1일 빌린 주식을 되갚는 ‘결제’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20개 종목에서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공매도 주문을 내기 전에 공매도 물량 만큼 주식을 빌려야 하고, 이틀 뒤에는 빌려왔던 주식을 갚아야 한다. 골드만삭스에 공매도 주문을 낸 투자자의 경우 주식을 빌리지 않은 채 공매도 주문을 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갚아야 할 주식을 사들였지만, 일부 주식은 물량이 부족해 확보하지 못했다. 실제 차입 주식 없이 공매도가 이뤄진 ‘무차입 공매도’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이 주식 차입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공매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208조에 따르면 투자중개업자가 공매도 위탁을 받는 경우 해당 공매도에 따른 결제가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투자자가 공매도에 따른 결제를 이행하지 않을 염려가 있는 경우 투자중개업자는 해당 공매도의 위탁을 받지 않거나 증권시장에 공매도 주문을 하지 말아야 한다.

조선DB

골드만삭스증권 런던, 홍콩지점도 이번 사건의 핵심 원인을 제공한 곳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징계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해외지점을 조사, 징계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지 당국의 협조를 구한다고 해도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무차입 공매도 규정이 느슨해 해외지점에서 유입되는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공매도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오류 사고가 발생하자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무차입 공매도 가능성이 제기됐고, 공매도를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