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회장 "부회장, 어떤 권한도 없어…업무배제"
송영중 부회장 "열심히 일하겠다"…자진사퇴 거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12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지난주 내내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재택근무를 한 송영중 부회장에 대해 “전날 업무 배제를 명했다. 회장은 정관에서 경총의 최고 책임자고 부회장은 회장을 보좌하는 자리로 어떠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경질 방침을 밝혔다.

손 회장은 "우리(회장과 부회장)가 무슨 대등하게 권한이 있는게 아니다. 내가 결정한 것이고 그걸로 가는 것"이라며 "다만, 회원사들이 계시니 난 그분들의 의사를 잘 받들어야 (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경총 정관에 상근 부회장의 선임규정만 있고 면직 또는 해임 규정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회장단이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고 (공식 절차는)회장단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곧 회장단 회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경총은) 큰 문제 없고 부회장이 있으면서 큰 일을 한게 전혀 아니고 직원들 다 일 잘하고 있다. 안에 일이 중단되지 않나 걱정하는데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경총은 이날 송 부회장에 대한 입장문도 발표했다. 경총은 “최근 경제사회 각층의 우려와 관심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더 이상 경총의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송영중 상임 부회장의 태도를 묵과할 수 없다. 송 부회장이 자신의 소신과 철학이라면서 경총의 방침에 역행하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일이며 부회장으로서 도를 넘는 발언과 행동이 있었는데 이 또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송 부회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출근하며 "열심히 일해야죠"라며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어제도 (일했고) 지금(도 일하러 왔고) 한번도 (일을 안한적이 없다)"며 "계속 일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재택(근무)을 여러분들이 오해해서 그런데 밖에서 일을 다 했다"고도 했다. 송 부회장은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 회원사들의 의견을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요즘도 회원사를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송 부회장은 이날도 출근한지 1시간이 안된 오전 9시40분쯤 경총회관을 나섰다. 그는 재택근무를 하러 가냐는 질문에 "아니다. 매일 출근하고 나오고 회원사를 만나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손경식 회장을 만났는지, 손 회장이 경질과 관련해 말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까 봤다. 그런(경질) 이야기할 틈이 없었다"고 했다.

송 부회장은 집에서 근무한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워라밸 제도 도입안' 문서를 외부에서 결재했고, 이달 4일엔 '6월을 경총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만들어갑시다'는 제목의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저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특별히 제가 출근할 일이 없으면 이렇게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여러분 중에서도 특히 집안에 부모님 등 어르신을 모셔야 하는 분들, 육아문제로또 고생하시는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재택근무를 하라. 제도가 없으면 요구를 하시면 바로 가능토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취임한 송 부회장은 광주제일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23회 행정고시를 거쳐 노동부에서 주로 근무했다. 경총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과 같은 노사 문제에 기업 측 입장을 대변하는데 송 부회장은 노동계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취임 당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달 송 부회장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 문제는 국회가 아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에 동조했다가 여야와 경제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경총 내부에서 입지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회장은 선임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송 부회장은 공식적으로 손 회장이 임명했고 경총도 회장단 회의를 거쳐 송 부회장을 뽑았다고 설명하지만, 누가 송 부회장을 추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