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대체 투자, 그중에서도 부동산에 투자하는 자산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전체 운용 자산의 7%인 44조8000억원을 해외 대체 투자에, 그중 40% 이상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어떤 부동산 시장에 투자할까.

"변동성 큰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선진국 중에서도 특히 유럽 부동산 시장이 매력적입니다."

지난 8일 방한한 스콧 브라운(Scott Brown·사진) 베어링자산운용 글로벌 부동산 부문 대표는 "부동산은 한번 투자하면 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향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시장에 투자하는 게 수익률을 보장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베어링자산운용 부동산 부문의 운용 자산은 각국 기관투자자들의 부동산 자산 550억달러(약 59조535억원)에 달한다. 현지의 유망한 투자 기회를 물색하기 위해 20개국 27개 사무소에 350명의 부동산 전문 인력을 상주시키고 있다.

브라운 대표는 유럽 부동산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에 대해, "부동산 시장에 유리한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낮으면 투자자들이 자금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이 적어 부동산 투자가 활발히 이뤄진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이 먼저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했고 최근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유럽은 이를 18~24개월 정도 늦게 뒤쫓아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시점도 미국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브라운 대표는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강국뿐 아니라 스페인,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각국의 경기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부동산 시장도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선진국 부동산 시장에서 떠오르는 투자처는 '물류 창고'다. 브라운 대표는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시장이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한 덕분"이라며 "전자 상거래 업체가 물류 창고를 더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흥국 부동산에 투자할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브라운 대표는 밝혔다. 베어링도 과거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에 투자한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서 서둘러 투자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브라운 대표는 "최근 인도네시아 부동산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2~3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