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흑자 전환을 기점으로 해마다 실적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 회의실에서 만난 이용준(56) 한국화장품제조 대표는 "지난 시절 변화하는 화장품 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에 어려움도 컸지만 최근 3년간 매출은 연평균 23.7%, 영업이익은 13.3%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화장품제조는 지난해 매출 672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

이용준 한국화장품제조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 회의실에서 자사 화장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 대표는“품질에서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며“올해 매출 1000억원, 2020년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화장품제조는 1962년 고(故) 김남용 회장과 고 임광정 회장이 의기투합해 만든 한국화장품공업이 모태다. 개성 출신으로 제약업체에서 일본을 오가며 영업하던 임 회장이 충북 증평에서 양조장과 정미소 등을 운영하던 동년배 김 회장에게 화장품 사업 동업을 제안한 게 시작이었다. 김 회장의 장녀인 김숙자 회장, 외손자인 이 대표를 비롯해 임 회장의 장남인 임충헌 회장, 손자인 임진서 부사장 등이 대를 이어 공동 경영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 회장님 두 분의 뜻을 이어받아 두 집안이 합심해서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쥬단학'으로 화장품 업계 이끌어

한국화장품은 1970~80년대 '쥬단학' 아줌마로 유명한 방문판매사업을 기반으로 국내 화장품 업계를 이끈 기업이다. 영화배우 찰스 브론슨을 모델로 기용해 화제를 모았던 남성용 '단학 맨담', 프랑스 로레알·랑콤 등과 기술 제휴를 바탕으로 만든 여성용 화장품 '템테이션'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김봉연·김재박 등이 있었던 실업야구팀, 현정화가 활약했던 탁구단, 태평양화장품(현 아모레퍼시픽)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여자 농구단도 운영했다. 하지만 2000년대 불어닥친 업계 변화는 한국화장품의 위상을 크게 위축시키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화장품 업계는 제조에만 집중하는 회사와 유통·마케팅에 올인하는 기업들로 나뉘어 있었는데 우리는 방문판매 위주 고가(高價) 제품 생산에만 고집하다 시장을 많이 잃었다"면서 "늦었지만 2010년 회사를 판매와 제조로 분할하고 홈쇼핑 등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면서 체력을 많이 회복했다"고 했다.

한국화장품제조는 제조전문 기업으로 새 출발 하면서 ODM(제조자개발생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계열사인 더샘은 물론 AHC, 클럽클리오, 제이엠솔루션 등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브랜드들이 주요 거래처다. 이 대표는 "자체 브랜드만 고집할 땐 정작 좋은 화장품을 만들고서도 유통이 받쳐주지 못해 소리 없이 사라진 제품이 많았다"며 "ODM, OEM을 하면서 다양한 브랜드로 더 많은 고객과 만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종업계 두 배 수준 R&D 투자

이 대표는 "우리의 경쟁력은 '품질'"이라고 했다. 그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제품이나 가짜 원료로 만든 불량 화장품이 판치던 때 '최고 품질의 화장품을 만들자'는 게 두 분 회장님의 창업 정신이었다"며 "지금도 품질에서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전체 임직원 180명 가운데 순수 연구 인력만 51명에 이르고,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업계 평균의 두 배 수준인 5.8%에 달했다. 이 대표는 "한국화장품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1970년대부터 약산성인 여성 피부의 산성도(pH)에 맞춰 제품을 만들고, 1990년대에는 식물성 추출물을 활용해 업계 최초로 자연주의 화장품을 출시했다"며 "요즘 인기를 끄는 자외선 차단 투명 선스틱도 2008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최근 3년간 누적 판매량이 1000만 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표에 취임했던 10년 전에도 두 집안이 서로 이해하고 같이 힘을 모아준 덕에 성공적으로 회사를 분할하고, 실적도 턴어라운드 시킬 수 있었다"며 "업계 최고의 품질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 올해 매출 1000억원, 2020년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