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와디즈에서 원금보장 조건으로 7억원 규모의 채권을 모집한 게임회사 아이피플스가 최근 투자자들에게 지급 불능 통보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투자금 유치 당시 이 회사의 임원은 “회사 이익과 상관 없이 만기에 상환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만기일이 되자 투자금을 정해진 날짜에 줄 수 없다면서 간담회를 열어 설명하겠다고 하자,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와디즈 캡처

7일 와디즈에서 자금 모집에 참여한 투자자들에 따르면 채권 발행사인 아이피플스는 지난 달 29일 돌연 “임직원 급여를 지급하면 5월에 현금 보유분이 거의 남지 않는다”면서 채권 만기일(6월 15일)에 투자금 상환이 어렵다고 공지했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합한 용어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등이 온라인에서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는 방식이다. 주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부르고,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은 ‘P2P대출(Peer to Peer lending·개인간 대출)’로 칭한다. 증권형과 대출형 모두 기본적으로는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투자 상품이다.

이 게임회사 채권에 몰린 총 투자금액은 약 7억원, 투자자 수는 770명이다. 추억의 게임인 ‘부루마불’을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한다는 소개 글로 입소문을 타 자금 모집을 시작한 후 5일만에 목표 금액인 2억5000만원을 조달했다.

아이피플스가 투자금 모집 당시 내걸었던 투자 조건은 연 이율 10%, 6개월 후 원리금 만기 일시 상환이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을 혹하게 했던 요인은 회사 관계자가 온라인 질의응답(Q&A)에 남겼던 ‘원금 보장’ 약속이었다. 제작사는 이후 모집 금액을 7억원까지 증액했다. 이는 당시 와디즈에서 집행된 펀딩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건으로 꼽히던 펀딩이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이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유모씨는 지난 해 11월 “원금과 기본금리(연 10%)가 보장되고, 게임 다운로드 수에 따라 추가 금리를 주겠다”고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다.

투자금 모집 시점에 채권 발행 회사 임원이 투자자들에게 원금이 보장된다며 안내한 화면.

하지만 이 회사는 투자설명서에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혼란을 겪었던 투자자들이 와디즈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에 ‘원금이 보장되느냐’고 거듭 질문했다. 이 때마다 임원 유씨는 수차례 “회사의 손익과 상관없이 원금이 보장된다”고 확인해줬다.

입장이 바뀐 것은 만기일이 가까워진 지난 5월 말이다. 아이피플스는 “부루마불M(이 회사가 개발한 게임) 한국 서비스의 매출 부진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상환을 연기하거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 중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월 매출이 채 2000만원도 안 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투자자들은 중개 플랫폼인 와디즈에도 허위 정보를 전달하는 회사를 걸러내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와디즈는 고객센터를 통해 “중개업자로서 투자자와 발행기업의 게시물을 임의 삭제할 권한이 없다”면서 “향후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구 작성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한 투자자는 “와디즈가 증권 발행회사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7% 이상을 받아가면서도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관리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날 아이피플스는 추가 공지를 내걸고 오는 10일, 16일에 △채권 지급거절 현황 및 경과 △투자금 사용 내역 △회사 재무 현황 △사업 진행 현황 및 계획 △상환 계획 등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아이피플스 관계자와 와디즈 관계자도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무조건 원금을 보장하겠다고 해놓고 무슨 설명회며 딴소리를 하냐”면서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