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게임업계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게임기를 TV에 연결해 즐기는 비디오 게임이 급격히 위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예상은 깨졌다. 지난 1월 발매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 프로'는 현재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 정가 49만8000원에 웃돈 10만~20만원을 줘야 할 정도로 인기다. 일본·미국 등에선 소니 PS4·닌텐도 스위치용 신작 게임이 나오면 예약 구매자가 수백만명에 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비디오게임이 다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PC 인터넷 게임과 모바일에 자리를 내줬던 비디오게임이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에 따르면 PS4는 2014년 출시 이래 올 3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7600만대에 이른다. 올 하반기면 전(前) 버전인 PS3 판매량(8000만대)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 덕분에 소니의 게임 부문 2017년 회계기준(2017년 4월~2018년 3월) 매출은 전년 대비 17.6% 성장한 177억달러(약 19조원), 영업이익은 무려 30%가 증가한 16억달러(1조7000억원)에 이른다.

일본의 대표 게임기업인 닌텐도도 지난해 1779만대의 스위치 기기를 팔았다. 닌텐도의 자체 예상 판매치인 1000만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매출은 97억달러(약10조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2배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원'도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3000만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미국의 뉴주는 올해 비디오게임 시장 규모를 작년 대비 4.1% 늘어난 346억달러로 예상했다.

◇'우리 게임기로만'… 독점 타이틀 승부수 통했다

비디오게임을 주력으로 삼는 회사들은 자사의 게임기를 구매해야지만 특정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독점 타이틀 전략을 앞세워 게임기를 팔면서 게임도 파는 '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닌텐도가 출시한 게임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은 전 세계 1000만장 이상 팔리며 게임 매체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게임'에 꼽혔다. 이 게임은 스위치와 위 등 닌텐도의 게임기에서만 돌아간다. 이외에 수퍼마리오·포켓몬 등 닌텐도의 인기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닌텐도의 게임기가 필요하다.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선 "젤다와 마리오를 위해서라도 스위치는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반응이다. 소니도 자사 출시 대작 게임을 PS4에서만 돌아가도록 만든다. 이 같은 폐쇄적인 판매 전략에서 액션 게임 '갓 오브 워'는 출시 한 달여 만에 전 세계 판매량이 500만장을 돌파했다.

그래픽=이철원

게임사들의 독점 타이틀 전략은 대작 게임을 즐기기 위해 기꺼이 게임기를 사는 마니아들을 타깃으로 한다. 게다가 일단 게임기를 구매한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해당 게임사가 출시하는 게임을 사는 충성 고객이 된다. 게임사들은 간판으로 내거는 독점 타이틀에 제작비 수백억원을 투입하고, 최신 기술을 쏟아붓는다. '갓 오브 워'의 제작비는 약 7500만달러(약 800억원)로 알려졌다. 또 다른 PS4 독점 타이틀 '디트로이트:비컴 휴먼'은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모션 캡처해 실감 나는 그래픽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런 독점 타이틀 전략은 PC나 모바일 게임처럼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게임기와 게임 매출이 발생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초고화질부터 휴대용 게임기 탑재… 게임기의 진화

게임사들은 자사의 게임기 성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다양한 기능도 추가하고 있다. 소니는 최신 PS4에 UHD(초고화질)를 지원해 생생하면서도 화려한 그래픽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게임기에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를 탑재하고 PS4에 연결해 쓸 수 있는 VR(가상현실) 장비를 내놓았다.

닌텐도의 스위치는 기본적으로 TV와 연결되는 게임기지만, 본체에서 6.2인치 독자 화면을 가진 휴대형 게임기를 분리할 수 있다. 집에서는 TV로 게임을 하다가 밖에서는 휴대용 게임기로 같은 게임을 이어 즐길 수 있다. 과거 휴대용 게임기에서는 용량이 작고 간단한 게임만 즐길 수 있었지만 닌텐도는 화려한 TV용 게임을 휴대용 게임기에 집어넣어 스마트폰 게임에 대항하는 혁신을 이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