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이 지난해 3월 수주한 2조3000억원짜리 이란 이스파한 정유시설 추가 설비 공사 계약이 무산되면서 비슷한 시기에 이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의 공사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이 이란 제재를 재개하면서 이란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져 사업 전망이 어두워진 데다, 금융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커져서다.

대림산업은 이달 1일 2조2334억원의 이란 이스파한 정유시설 추가 설비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이란 경제 제재와 같은 대외 여건 악화로 계약 발효 전제 조건인 금융 조달이 완료되지 않아 계약이 무효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공사는 이스파한 지역에 가동 중인 정유시설에 추가 설비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대림산업은 설계와 자재 구매, 시공, 금융조달 주선 업무를 할 예정이었다.

현대건설이 2005년 이란에 만든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지난해 대림산업이 이 공사를 수주했을 때만 해도 국내 건설업계는 ‘장밋빛 희망’에 부풀었다. 저유가 장기화로 해외수주가 부진했던 상황에서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이 각각 세계 2위와 4위인 자원 부국 이란이 앞으로 정유·가스·석유화학 플랜트 발주량을 늘린다면 새로운 수주 텃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등의 핵 합의가 이뤄지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가 풀린 데서 비롯된 기대였다.

당시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있었다. 달러화나 유로화 통화가 허용되지 않았고,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인 2차 제재만 해제돼 경제 제재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라는 불안감이었다. 결국 1년여가 지나자마자 이는 현실이 됐다. 올해 5월 초 미국은 이란이 핵협정에서 탈퇴하자 이란 금융제재를 다시 조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란에 진출한 건설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계약 규모가 수조원 단위인 만큼 계약이 해지되면 해외 수주사업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월 이란 투자펀드 아흐다프(AHDAF)가 발주한 32억달러(약 3조8000억원)짜리 석유화학 단지 건설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금까지 이란 수주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금융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란 현지 사정이 녹록지 않아 계속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SK건설 역시 지난해 8월 이란 민영 에너지회사 파르시안 오일앤가스의 자회사 타브리즈 정유회사가 발주한 총 공사비 16억달러(1조7000억원)의 타브리즈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 기본계약을 맺었다. SK건설 관계자는 “기본계약은 맺었지만, 아직 공사 계약까지 이르지 않아 금융조달 방안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며 “사업팀도 이란 현지 사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