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 일대가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낙후 이미지를 벗고 지역 명소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옛 경방 공장 일부분인 타임스퀘어 옆 주차장 부지는 스타트업 등을 위한 창업공간과 주택 단지로 개발되고, 대선제분의 옛 공장 부지는 공장 뼈대를 남기고 지역 명소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42-2번지 일대 부지 5324㎡에 연면적 3만4000여㎡, 지하 4층~지상 20층 높이의 건물을 짓는 내용의 개발계획안이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원래 이곳은 경방의 옛 영등포 공장 부지였지만, 영등포 타임스퀘어 개발이 끝나고 남은 땅을 부동산 개발업체인 신동해그룹이 사들여 현재 민영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건물 1~2층엔 상가 등 근린생활시설, 3층엔 산업 임대시설이 배치되며 4층부터 20층까지는 준공공임대주택으로 계획됐다. 전용면적 26㎡ 248가구, 49㎡ 33가구 등 총 281가구를 짓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영등포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개발이 이뤄진다. 서울시는 3층 산업 임대시설을 기부채납으로 받아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등에 저렴하게 임대할 계획이다.

조선일보DB

신동해그룹 관계자는 “부지 개발방향을 놓고 오랜 기간 고민해왔는데, 부지가 지난해 영등포 도시재생활성화구역에 포함되면서 도시재생 일환으로 개발하면 좋겠다는 판단으로 개발 계획을 마련했다”면서 “신생 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준공공임대주택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지는 앞으로 서울시 도시건축위원회 심의를 비롯해 건축허가를 위한 절차 등을 거친다. 내년 하반기쯤 착공할 예정이다.

길 건너인 영등포구 문래동3가 9번지 일대 대선제분 옛 영등포 공장 부지 1만9510㎡ 도시재생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와 부지 소유주인 대선제분은 지난달 부지 재생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현재 대선제분과 부지 관리계약을 체결한 부동산 개발업체 아르고스가 재생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민간이 도시재생을 주도하고 지자체가 행정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선 처음 추진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지에 있는 사일로(곡물 저장창고)나 제분 공장 등 건물 뼈대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재생이 이뤄질 전망이다. 석유 저장시설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9월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한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재생과 비슷한 방식이다. 여기에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기능을 넣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구체화된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르고스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건물 외관을 보존하되 어떤 새로운 기능을 넣을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옛 영등포 산업 중심지라는 역사적 가치를 살리면서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도시 재생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영등포 역세권 및 경인로변 일대 78만6000㎡를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하고 영등포구와 함께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