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제약사, 작년 한 해만 매출 475조원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30일 조선비즈가 세계 10대 제약사의 결산 보고서와 로이터 등 외신을 기반으로 작년 매출 실적을 비교·분석한 결과, 10개 제약사가 작년 한 해 동안 거둔 총매출은 4327억5700만달러(약 475조원)로 집계됐다. 상위 15개 세계 제약사의 총매출은 5806억6700만달러로, 15개 제약사가 전세계 시장 규모의 절반 이상인 51%를 차지했다.

그래픽=김란희

특히 업계는 미국 기반 다국적 제약사 애브비(AbbVie)와 길리어드(Gilead)의 엇갈린 희비에 주목하고 있다.

애브비는 작년 총 매출은 전년 보다 10% 증가한 282억1600만달러(약 30조5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0대 제약사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특히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의 판매가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는 류마티스관절염, 대장염, 척수염 등에 쓰인다. 이 약 하나가 작년 세계 시장에서 거둔 매출은 184억2700만달러(약 19조9361억원)에 이른다.

휴미라의 매출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만 봐도 작년 1분기보다 14.4% 증가한 47억900만달러(약 5조711억원)를 기록했다. 경쟁 바이오의약품보다 치료질환 폭이 넓어 판매액에서 매년 2배 이상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애브비는 휴미라의 매출이 2020년까지 210억달러(약 22조3965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길리어드(Gilead)의 경우 작년 매출이 전년 보다 15%나 감소했다. 특히 '하보니'와 '소발디' 등 C형 간염 치료제의 판매 부진이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2016년 148억3000만달러였던 C형 간염치료제의 작년 매출은 91억4000만달러(약 9조8885억원)로 1년만에 38% 이상 줄었다.

201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길러어드의 소발디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전세계를 강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발디의 등장으로 12주 이내 C형간염 완치 확률이 90%를 넘으면서 더 이상 약을 쓰지 않아도 될 환자들이 늘어났다. 이는 소발디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경쟁약 마저 나와 C형간염 치료제 점유율 1위를 내준 상태로, 외신은 길리어드의 C형간염 치료제 올해 매출은 35억~40억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래픽=김란희

제약 분야 실적 1위를 지킨 화이자(Pfizer)가 세계 시장에서 거둔 총 매출액은 525억4600만달러(56조 8495억원)로 1%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213억800만달러로 전년 72억1500만달러보다 2배 이상 거뒀다. 신약 개발 사업 부처인 '이노버티브 헬스' 부문의 매출은 314억2200만달러로 전년보다 8% 증가했다.

의료계에서는 ‘화이자가 입랜스로 먹고 산다’는 농담 섞인 말까지 나온다. 실제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는 작년 한 해만 31억2600만달러(3조381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46% 증가한 수치다. 이 회사의 통증치료제 ‘리리카’의 경우 매출 성장률이 2%에 그쳤지만, 총 50억6500만달러에 달하는 실적을 거뒀다. 항응고제(NOAC) ‘엘리퀴스’의 매출은 전년보다 47% 늘어난 25억2300만달러, 경구형 류마티스 치료제 ‘젤잔즈’의 경우 전년보다 45% 증가한 13억4500만달러로 매출이 급팽창했다.

전립선암 치료제 ‘엑스탄디’의 매출은 5억9000만달러로, 전년 매출(1억4000만달러)보다 4배 이상 뛰어올랐다. 올해로 우리나라 출시 20주년을 맞은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의 매출은 19억1500만달러로 9% 성장했다. 이 약은 특허 만료 후 수많은 제네릭(복제약)이 등장했지만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밖에 폐암 표적 항암제 ‘잴코리’는 전년보다 6% 증가했고, 금연보조제 ‘챈틱스’의 매출은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스위스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의 제약 부문 총매출은 330억달러로 전년보다 1% 성장했다. 하지만 갓 시장에 나온 신약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와 건선치료제 '콘센틱스'가 앞으로 매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관측됐다.엔트레스토의 매출은 작년 보다 3배 올랐고, 코센틱스도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해 20억달러를 넘어서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미국 FDA의 판매 허가를 받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0여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시장에 나온 킴리아는 CAR-T 세포 치료제로,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에 암세포를 항원으로 인식하는 수용체 유전자를 도입해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도록 유전자가 재조합하는 혁신적인 치료제다. 킴리아의 1인당 연간 약가는 약 4억2000만원에 이른다. 현재 미국, 유럽에 출시됐으며 이달 초 일본에도 허가 신청을 냈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경우 2015년만해도 전체 수익이 상위 10위권 내에 올랐으나 2016년 10위권 밖으로 밀린 후 재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작년 총수익은 전년보다 2% 감소한 22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 감소한 201억달러였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는 현재까지 대적할 경쟁약이 없는 절대 강자다. 한미약품이 국내 항암 신약 첫번째 후보였던 올리타 개발 중단을 선언하며 백기를 들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미약품은 타그리소가 국내 출시 이후 보험급여까지 적용되자 임상3상 환자 모집 난항과 시장 경쟁력이 약하다는 등의 이유로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2017년 3월 미국 FDA로부터 허가를 받아 출시된 타그리소는 돌연변이가 발생해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를 치료하는 ‘3세대 폐암 신약’으로 전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타그리소의 작년 매출은 9억5500만달러(1조320억원)를 기록했다. 타그리소에 대적할만한 경쟁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판매량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타그리소가 독점하고 있는 폐암 치료제 시장에 국내제약사인 유한양행이 도전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후보물질 ‘YH25448’은 타그리소 대비 탁월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오는 6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사람 대상 1/2상 임상 결과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