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 시각)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오는 10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파리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20주년을 맞은 파리 모터쇼는 미국 디트로이트, 스위스 제네바,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함께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다. 폴크스바겐은 "대신 모터쇼 기간 중 시승 등 다양한 고객 맞춤형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파리 모터쇼에는 람보르기니·포드·오펠·닛산·인피니티·마쓰다·볼보 등도 불참을 선언했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시장에 내놓을 양산차와 개발 비전을 보여주는 자리인 국제 모터쇼가 쪼그라들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국제 모터쇼에 속속 불참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올 1월 미국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도 재규어·랜드로버·포르셰·마쓰다 등이 불참했다.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3사는 내년부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참가율이 낮자 디트로이트 모터쇼 주최 측은 아예 일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 달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모터쇼인 부산 모터쇼에도 벤틀리·볼보·폴크스바겐·혼다·포르셰·쌍용차 등 상당수 업체가 불참한다.

불참 이유는 비용 대비 효과가 작다는 것이다. 모터쇼 참석을 위해서는 차량 운송비, 부스 대여비 등에 수백억원이 든다. BMW의 경우 과거 모터쇼 참가 비용으로 최대 2500만유로(약 315억원)를 쓰기도 했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보다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관련 기술 개발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출시하는 자동차보다는 미래차 콘셉트를 내놓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미래 청사진을 보여주기 적합한 장소로 업체들은 모터쇼보다는 IT 관련 전시회를 택하고 있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박람회인 'CES'에는 전 세계 자동차 업체가 대부분 참가했고, 전시 면적도 2만7692㎡로 1년 전보다 20% 증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율주행, 커넥티드, 전기차 등 자동차가 전자장비화가 되면서 전통 모터쇼 대신 ICT쇼에 참석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모터쇼 쇠퇴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