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에르메스·구찌 등 고가의 명품(名品)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들이 최근 자본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신흥 소비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에서의 고성장을 바탕으로 주식·펀드 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명품 만큼이나 사람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금(金)은 저조한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다. 금리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아 금 투자가 옛 명성을 회복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하이의 한 루이비통 매장 앞에 사람들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왕서방의 명품쇼핑…럭셔리펀드 신바람

2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출시된 럭셔리 펀드 4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5.96%다. 이는 42개 테마 펀드 가운데 천연자원 펀드(8.3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최근 1년 수익률은 17.36%, 3년의 경우 31.77%로, 중장기로 갈수록 수익률이 더 좋다. 5년 수익률은 67.97%에 이른다.

럭셔리 펀드는 각 업종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예컨대 IBK자산운용에서 선보인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 펀드는 루이비통·불가리·크리스찬디올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구찌 모회사인 케링, 고급차 제조사 페라리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올해 글로벌 증시가 조정받는 상황에서도 주요 명품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투자한 럭셔리 펀드의 수익률이 우수한 비결이다. LVMH와 에르메스 주가는 올해에만 각각 25%, 32% 이상 올랐다. 고가 의류업체 몽클레어는 50%가량 상승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별로 편차는 있겠지만 올해 주요 명품 업체 대부분의 주당순이익(EPS)이 20~10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명품 기업들은 어디서 돈을 쓸어담는 걸까. 바로 중국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명품 시장이 가장 큰 지역은 유럽(33%)이지만 구매력이 가장 높은 소비자는 중국인(32%)이다. 맥킨지는 전체 명품 시장에서 중국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44%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진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 행태도 생계형에서 향유형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중국의 소비자 기대지수는 2016년 5월 99.8포인트에서 2018년 1월 122.3포인트로 2년 만에 2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 빛바랜 금펀드…수년째 지지부진

중국의 통 큰 소비 덕에 고공비행 중인 럭셔리 펀드와 달리 한때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금 펀드는 저조한 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금 펀드 11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4.64%다.

장·단기 수익률 모두 마이너스에 허덕이고 있다. 금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3.59%, 5년 수익률은 -16.54%다. 계속되는 부진에 순자산 규모도 2472억원까지 줄어들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럭셔리 펀드 4개의 순자산 규모는 5222억원(5월 24일 기준)이다.

조선일보DB

수익률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지지부진한 금값 움직임이다. 올해 들어 금값은 온스당 1300~1360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해왔다. 최근에는 1290달러대까지 주저앉았다. 미국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한 24일(현지 시각) 1304.40달러까지 다시 오르긴 했으나 1700달러를 넘나들던 2012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싼 편이다.

투자자들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여전히 더 선호한다는 점이 금값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금값 상승을 억누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3% 수준까지 올라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금값은 떨어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는 올해 기준금리를 총 3~4회 인상할 예정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통 금 생산의 손익분기점을 1100달러선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 아래로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