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근로자에게 '매달'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면서 2개월이나 분기 또는 반기마다 상여금을 주던 기업이 월 단위로 나눠 지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상여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본급이 낮고 상여금 비중이 큰 우리나라 임금 구조에서 4000만~5000만원 연봉을 받는 근로자도 최저임금 인상의 적용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여야는 이번에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만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서, 회사가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분기 또는 반기 등으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월 단위로 나눠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보완책을 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상여금 지급 시기 변경 등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노조나 근로자의 과반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여야 합의로 상여금 지급 시기를 근로자 동의 없이 회사 측이 바꿀 수 있게 됐다. 노사 관계 전문가는 "상당수 기업이 근로자 동의 없이 상여금 지급 시기를 바꿀 수 있는 이번 개정안의 특례 조항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10% 정도인데, 노조가 있는 이들 기업은 이번 국회 합의안에 반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대부분이 상여금 지급 시기를 바꿀 수 있다고 해도, 대기업 핵심 사업장 상당수에 노조가 있고 상여금 지급 주기를 취업규칙이 아닌 노사 단체협약에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대부분도 상여금 지급 시기를 단체협약에 규정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노조가 상여금 지급 시기 변경에 반대하면 사실상 별다른 대책이 없다.

임영태 경총 경제조사1팀장은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합의안에 전면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노조가 상여금 지급 시기 변경을 위한 단체협약을 바꿔 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결국 노조가 있는 기업과 노조가 없는 기업 간 임금 격차 해소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없는 기업도 회사가 취업규칙을 바꾸려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반대하면 노사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