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되면서 한반도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예기치 못한 리스크에 국내 증시도 흔들렸다. 그러나 우려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개인은 차익실현에 집중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오히려 매수의 기회로 삼았다. 남북 경제협력주(경협주)가 주춤한 사이 의약품과 전기·전자 업종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2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21%(5.21포인트) 하락한 2460.80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7%(4.97포인트) 떨어진 868.35에 마감했다. 개인의 대량 순매도가 지수 발목을 붙잡았다. 개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4788억원, 1373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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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만 놓고 보면 하락 마감이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개인과 달리 외국인과 기관은 쌍끌이 매수에 나서줬기 때문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350억원, 1262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874억원, 52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두 주체의 ‘사자’ 기조에 국내 증시는 장 초반의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었다. 코스피지수의 경우 전날보다 0.54% 하락한 상태로 출발했으나 마감 때는 이를 0.21%까지 줄였다. 코스닥지수도 0.82%에서 0.57%로 줄였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밤 사이 뉴욕 증시도 장 초반의 하락폭을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 부분 만회했다”며 “금리 하락, 달러 약세전환, 불확실성 확대 등에도 불구하고 대형주 ETF(상장지수펀드)로는 대규모 자산이 유입됐다”고 전했다.

순매수는 대형주에 집중됐다. 업종 중에서는 의약품과 전기·전자에 돈이 몰렸다. 이 덕분에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는 전날보다 1300원(2.53%) 오른 5만2700원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000660)도 0.63% 상승했다. 셀트리온(06827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도 각각 3.97%, 2.99% 올랐다.

이중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차 감리위원회에서 금융당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와중에도 3% 가까운 주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날 이 회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제2공장 생산 제품에 대한 인증을 추가 획득했다고 밝힌 점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LG화학(051910), NAVER(035420), SK텔레콤(017670), 삼성에스디에스(018260), 삼성SDI(006400), 넷마블 등도 투자자들을 기쁘게 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215600), 에이치엘비, 메디톡스(086900), 제넥신(095700)등이 강세를 보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우려했던 원화 약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하락하면서 외국인 순매수가 3거래일 연속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화해 무드를 타고 뜨겁게 타오르던 남북 경협주는 일제히 주저앉았다. 현대건설(000720), 현대로템(064350), 대아티아이(045390), 현대엘리베이(017800), 현대시멘트등이 크게 흔들렸다. POSCO, 현대모비스(012330), 한국전력(015760)등도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 취소가 원화가치 하락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훼손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간 증시에 반영됐던 기대감을 약화시킬 수는 있다고 전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이 완전히 결렬된 게 아니기 때문에 증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당분간 북한 관련 업종에서는 차익실현 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