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 10곳 중 8~9곳은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새롭게 사람을 뽑지 않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생산 현장에 자리 잡으면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 한 사람당 주 평균 근로시간은 6.9시간 감소하고, 14만~18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4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근로시간이 현행 주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됐을 때 기업당 평균 6.1명이 부족하지만, 신규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응답은 76개사(15.2%)에 그쳤다. 나머지 424개사(84.8%)는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인력을 새로 뽑을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채용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필요가 없어서'(63.7%) '인건비 부담이 커서'(23.6%)라는 답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설비투자나 생산성 향상으로 대처가 가능해서'(5.9%) 등이 뒤를 이었다. 이재원 중기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신규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 중에는 폐업이나 해외 이전 등을 고려하는 곳이 상당수이며 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의 필요성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근로시간이 줄면서 근로자 임금은 월평균 247만원에서 220만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임금을 보전할 계획이 있는 곳은 10% 미만이었다. 임금 감소분을 전부 보전하겠다는 기업은 2.2%뿐이었고, 일부라도 보전하겠다는 곳도 7.2%에 그쳤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가장 필요한 정책을 복수로 꼽으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기업이 '인건비 지원'(57.2%)을 꼽았고, '인력 공급 대책 마련'(35.4%) '설비투자 자금 지원'(25.6%)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