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이하 삼바)의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할 감리위원회 2차 회의가 25일 오전 열리는 가운데, 금감원과 삼바 측 모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적어도 내달 7일까지는 결론을 내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증선위의 자문 역할을 하는 감리위도 이달까지 의견을 모으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사실상 이날 회의가 마지막 감리위가 될 전망이다. 더구나 2차 감리위는 토론 형태로 진행돼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치열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감리위 2차 회의는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25일 오전 8시 개최된다. 지난 17일 1차 감리위와 달리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한다. 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처럼 제재 대상자와 금감원 검사부서가 동석해 대면 공방을 벌이는 것이다. 1차 감리위가 13시간(17일 오후 2시~18일 새벽 3시) 동안 열렸던 것을 고려해 2차 감리위는 오전 일찍 개최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1차 회의 때는 금감원과 삼바가 차례로 입장해 각자의 주장과 소명 내용을 듣고 질의응답을 했다면 이번 2차 회의에서는 주장을 입증할 근거 자료들을 놓고 하나씩 팩트 체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리위원들이 17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개최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감리위 첫 회의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 분식회계 여부 이날 윤곽 나올 듯…삼바 측, 비공식 대화 기록도 증거자료로 준비

금융위는 3차 감리위를 열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2차 감리위를 대심제로 진행하기로 한 만큼 최소한 이날 윤곽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감리위 결정이 증선위에서 소폭 조정된 경우는 있지만 완전히 뒤엎어진 경우는 없다. 이번 회의가 증선위 최종 결정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과 삼바의 팩트 싸움뿐 아니라 감리위원 간 통일된 의견을 도출하기 위한 끝장 토론도 예상된다.

이날 쟁점이 될 부분은 일단 그간 많이 거론된 바 있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과 관련된 내용이다. 금감원은 삼바가 상장되기 전인 2015년 7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또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삼바는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91.2%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당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 높아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하는 대신 관계기업 투자주식으로 분류했다. 이를 통해 바이오에피스의 주식 가치를 취득가(2905억원)가 아니라 공정가격(4조8806억원)으로 재평가했다.

금감원은 삼바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지분율(85%→91%)도 높아져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삼바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2015~16년) 사용된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측정 자료를 재활용했다는 점 △현금흐름할인모형(DCF)을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고평가했다는 점 등도 문제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삼바는 2015년 7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와 관련한 레터를 받았고, 최근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삼바는 바이오젠과의 비공식 대화 기록 등 방대한 자료를 총동원할 전망이다. 업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바이오젠의 의견이 매우 중요한 근거인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측과 주고받은 이메일, 통화 내역 등을 포함해 바이오젠의 당시 콜옵션 관련 계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비공식 자료를 최대한 취합해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DB

◇ 알려지지 않은 회계처리 위반 혐의 있나?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콜옵션 외의 다른 사안에 대해 회계기준 위반을 입증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감리를 통해 밝힌 회계처리 위반 사안은 크게 3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3건이 전부 콜옵션과 관련된 내용인지, 2건은 콜옵션과 무관한 별개의 사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금융당국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세간에 많이 알려진 바이오젠의 콜옵션 계획과 관련한 내용 외에도 2가지 정도의 문제점을 추가로 지적할 것으로 파악된다”며 “삼바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입증하더라도 나머지 2가지 공격에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삼바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처음부터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분류했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단가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공동 투자로 콜옵션을 받았을 당시부터 이미 행사 가능성이 높았고, 이런 경우 종속회사보다 관계회사 분류가 적합하다는 지적이다.

이외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활용됐던 자료를 제3자인 삼바가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측정에 반영한 부분을 금감원이 의외로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