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상위 20%와 하위 20% 소득 격차 사상 최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하고 있지만 올해 1분기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가 전년동기대비 8.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70세 이상 노인층이 1분위로 대거 편입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인 빈곤층이 크게 확대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16.4%) 후폭풍도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서비스업과 일용·임시직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반면 반도체 호황, 저유가 기조로 인한 대기업의 영업실적 개선이 각종 연말 성과금 지급액 증가로 이어져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 명목소득은 9.3% 급증했다. 월 평균 명목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1000만원을 넘어섰다.

그 결과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격차는 사상 최대로 확대됐다. 소득불균형이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된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 기반을 확충해 성장잠재력을 높이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하고 있지만 소득불균형이 최악으로 치닫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제공=조선일보

◇1분기 소득불균형 사상 최악…70대 이상 노인빈곤층 급증 영향

통계청이 24일 국가통계포털(KOSIS)을 통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하위 계층간 소득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은 1년 전(5.35배)보다 0.60 상승한 5.95배로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배율이 사상 최대치를 나타낸 것은 소득불균형이 최악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1분기 소득불균형 악화는 계층간 근로소득 격차가 급격히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 1, 2분위의 월 근로소득은 각각 전년대비 13.3%와 2.9% 감소한 47만2900원과 150만4700원으로 후퇴한 반면, 소득 4, 5분위 월 근로소득은 전년대비 6.1%와 12.0% 증가한 386만1400원과 765만1800원으로 집계됐다.

전국가구 소득 5분위별 가계소득

도규상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1분위 근로소득이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무직과 일용직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특히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70대 이상이 1분위 가구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도 30% 중반대에서 40%초반대로 올라간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노인 빈곤층 증가 등 인구 요인 등으로 저소득층 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으로 4,5분위 등 고소득층은 근로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기업 영업실적 개선 등에 영향받은 성과금 등 특별 보너스 지급액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전(全)산업 상용직 특별급여는 전년 대비 2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이 포함된 제조업은 39.9%, 대형 유통업체는 22.5%, 은행 등 금융회사가 포함된 금융·보헙업은 26.5%씩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 저유가 등의 요인으로 인해 주요 대기업의 영업실적이 호전되면서 연말에 지급되는 성과금 등 특별상여 형태의 임금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4,5분위에 속한 40~50대 상용직 근로자의 임금이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일러스트=조선일보

◇ 최저임금 인상發 고용조정,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 듯

전문가들은 소득 1,2분위 등 저소득층 근로소득 감소 원인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고용조정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어나면서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여파가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일자리는 최저임금 인상 시행 직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5개월 연속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록 고용량이 조정될 가능성이 큰 일용·임시직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 또한 저소득층 근로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또한 최저임금 인상 이후 나타난 고용시장의 움직임이 저소득층 소득 감소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도규상 국장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지난 1월 이후 나타난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취업자 감소, 일용·임시직 근로자 감소세가 1분위 근로소득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소득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도 국장은 “도소매와 숙박, 음식 업종은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 되기 전부터 과당 경쟁이 있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몇 달 지표로 유의미한 결과를 말씀 드리기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아 일자리를 찾기 힘든 상황이 저소득층 소득 감소의 가장 주된 원인이기는 하지만 올해 들어 유독 감소폭이 커진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로 고용조정이 일어난 것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이 두가지를 분리하기는 어렵지만 최저임금 영향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