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벤처기업 LO3에너지는 2016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지역을 대상으로 ‘브루클린 마이크로그리드’라고 불리는 개인간(P2P) 전력 거래 시스템을 선보였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소규모 지역에 전력을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망을 뜻한다. 분산형 전원을 이용해 독립적으로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성할 뿐 아니라 기존 전력시스템과 연계도 가능하다.

브루클린 마이크로그리드는 브루클린 지역 가정 집 지붕에서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기를 이웃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에 따르면 69%의 소비자가 전력 거래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O3에너지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 지역에 ‘브루클린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를 진행, 블록체인 기반 에너지 거래 시장 활성화를 돕고 있다. 사진은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LO3에너지는 가상화폐 이더리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콘센시스와 협력하고 있다. 로렌스 오르시니 LO3에너지 창업자는 “블록체인과 스마트미터(실시간으로 전력 품질·사용량을 알려주는 장치)를 접목하면 에너지 생산·소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안전하고 스마트한 계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프로슈머의 핵심은 P2P 전력 거래다. 전력회사를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전기를 사고 팔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연결된 시스템 및 전력 계통 연계 작업이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서 관리하는 대신 P2P 네트워크에 분산시켜 보관하는 장부다.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판매자가 거래 현황을 확인할 수 있고, 탈중앙화된 시스템으로 지역 내 이웃끼리 전기를 거래할 수 있다.

◇ 블록체인, 중간 거래 비용 줄이고 직거래 지원

에너지 프로슈머는 에너지 산업에서 시장 구조, 소비자와 판매자 역할, 가격 등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방적으로 전력 회사에서 공급받던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쓰고 필요한 소비자에게 판매까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전력 거래 시스템에선 전력 회사가 장거리·도서 지역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야만 했다. 이 경우 송전 손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2000년 중후반을 기점으로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인터넷상의 P2P처럼 에너지 거래에도 P2P 방식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에너지 P2P 사업 모델 확산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 특정인이 임의로 데이터를 조작하기 어렵고 모든 기록이 P2P 네트워크에 보관돼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과거에는 블록체인이 주로 금융 분야에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거래에도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블록체인 기반 P2P 전력 거래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발전->송전망->공급업체(전력회사)->소비자로 이어지는 지금의 구조에서 중간 거래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전력을 직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GE, 스마트 태양광 발전 송전망 추진

글로벌 기업들도 에너지 블록체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GE는 프랑스 송전망 운영사인 에네디스(Enedis)와 협력, 프랑스 남부 도시 카로(Carros)에서 에너지 거래 시장에 블록체인을 도입, 발전량을 최적화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신재생에너지는 햇빛과 바람 등을 통제할 수 없어 발전량이 과다하거나 적을 수 있다.

GE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태양광 발전 송전망을 고안했다. 카로의 주택은 자가 생산 전력을 사용한 다음, 남는 전력은 판매할 수 있다. GE는 분산 에너지 자원 관리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일기예보와 소비정보를 결합해 전력망 수요를 예측한다. 카로의 에너지 프로슈머는 낮시간에는 전력 수요가 높은 기업에 전기를 팔고, 밤에는 인근 기업들로부터 남는 전기를 사올 수 있다.

IBM은 2015년 초 삼성전자와 개발한 ‘ADEPT(Autonomous Decentralized Peer-to-Peer Telemetry)’을 소개했다. 가상화폐 이더리움에 기반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해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상의 스마트기기들의 소규모 거래를 지원하는 것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블록체인 기술을 신뢰할 수 있고 확장성이 보장된다면 에너지 산업에서 (중앙집권형 대신 개인 중심의) 분산된 세상으로 전환을 가속화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