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정보 제공을 둘러싼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와 하나금융투자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CME는 하나금투가 불공정거래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거래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반면 하나금투는 CME가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라며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23일 하나금투에 따르면 전날 CME는 하나금투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을 이용한 CME 해외선물과 옵션거래의 신규 주문을 22일부터 60일간 중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하나금투 투자자가 보유 중인 포지션은 하나금투 해외증권실을 거쳐 유선으로 청산 주문만 낼 수 있다.

거래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 대해 양측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CME는 크게 두가지를 문제 삼았다. 먼저 하나금투를 포함해 한국 증권사들이 CME의 청산 원칙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CME가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선물옵션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해 국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CME의 옴니버스 계좌 청산원칙인 그로스(gross) 방식이 아닌 네트(net) 방식으로 고객 거래 기록을 집계해 온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A투자자가 100건의 매수 주문을 내고 B투자자가 120건의 매도 주문을 낸 경우 그로스 방식은 A투자자와 B투자자의 포지션을 모두 기록하지만, 네트 방식은 두 가지 포지션을 합산해 매도 주문 20건의 결과만 기록한다. CME 관계자는 “투자자 포지션 보유 현황을 미국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데 이를 부정확하게 보고해 온 것이 이번 조사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은 앞으로는 그로스방식으로 선물옵션 포지션을 집계해 CME 측에 보고하기로 했다.

CME가 하나금투에 거래중단 조치를 내린 직접적 이유는 하나금투가 불공정거래 조사에 필요한 고객 정보(계좌 소유자의 이름, 이메일주소, 집주소 등)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ME 관계자는 “하나금투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조사를 방해하는 일이 있어 왔고 이에 그동안 거래중단 가능성을 이야기 했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투 측은 고객 정보 보호 규정을 내부 컴플라이언스에 따라 준수했을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고객이 기본 정보 제공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CME에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CME에 정보제공을 하지 않겠다는 고객이 있어 회사 준법감시인의 판단 하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거래중단 전 별다른 고지도 없이 거래를 중단해 회사 차원에서 대응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거래중단이 장기화될수록 투자자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하나금투는 최대한 CME에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CME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 투자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컴플라이언스를 변경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투 측은 CME 선물·옵션 포지션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청산을 지원하는 한편 이번 거래 중단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해를 적극적으로 보상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청산 관련 투자자 손실은 로그 기록 등을 통해 보상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거래 정상화를 위해 CME와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