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가격이 오르고 선박 발주가 느는 등 조선업황이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면서 조선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후판(厚板·두께가 최소 6㎜ 이상인 두꺼운 강판) 가격 인상이 변수로 등장했다. 후판은 선박 제조에 많이 제품으로 후판 가격이 오르면 조선업체들은 비용이 늘어 이익이 줄게 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460860)등 철강업체들은 작년 하반기, 올해 상반기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도 후판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후판 가격은 일반적으로 반기에 한 번씩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셔틀 탱커.셔틀탱커는 해양플랜트에서 생산한 원유를 육상으로 나르는 선박이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조선업계가 어려운 상황인 것을 고려해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후판을 공급하기도 했다. 선박 신규 발주가 늘어나는 등 조선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가격을 현실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조선업계의 경우 추가 (후판가격) 인상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후판 가격은 작년 상반기 톤당 60만원 수준에서 두 차례 인상 후 현재 약 70만원으로 올랐다. 조선업체들은 후판 가격 추가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초대형 유조선((Very Large Crude Oil Carrier) 한 척을 만드는 데는 3만~3만5000톤 정도의 후판이 필요하다. 후판 가격이 톤당 5만원이 오른다고 가정하면 전체 비용은 15억~17억5000만원 늘어나는 것이다. 전체 선박 건조 비용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어서 철강 가격이 5% 오르면 전체 건조 원가는 약 1% 상승한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최근 선박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아직 수주 경쟁이 심해 영업이익률은 1% 안팎에 불과한 수준이다. 건조하는 도중에 원가가 오르면 배를 지어도 손해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최근 안정화되는 추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톤당 철광석 가격은 올해 1월 5일 기준 75.49달러에서 최근 67.93달러로 약 10% 하락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선박 가격이 오르고 수주가 늘면서 조선업황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실적으로 반영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3분기 연속 후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조선업체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