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국을 강타한지 3년이 지났다.

2015년 5월 20일 중동 지역 국가 출장 후 귀국한 남성의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시작된 신종 감염병 앞에서 우리 사회는 속수무책이었다. 메르스 감염자 수는 186명까지 늘어났으며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 환자 관리 소홀 등의 문제가 질병 확산과 사회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오늘날 해외에서 감염병 발생이 잇따르고 있고 국제적 교류가 확대되면서 해외감염병 국내 유입 가능성도 커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작년 입국자 검역 인원은 4477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우리나라 검역 체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질병관리본부는 ‘검역소’를 ‘감염병 차단의 최전선’이라고 칭했다. 지난 17~18일 전국 13개 검역소 중 최남단에 위치한 국립제주검역소를 방문해봤다. 제주검역소의 핵심 검역 구역은 제주항, 서귀포항, 제주국제공항, 강정항 등이다.

◇ 뱃길따라 오는 해외 관광객…크루즈 검역은 어떻게 하나

17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서귀포 크루즈 터미널(강정항)은 아직 해외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상태였다. 작년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이후 중국발 크루즈의 제주 입항이 중단되면서 운영이 미뤄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개항을 앞두고 국립제주검역소 관계자들도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최근 중국 등 해외 관광객 방문이 활기를 찾기 시작하면서 뱃길따라 제주를 찾는 방문객 수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검역소가 예상하고 있는 올해 이후 연간 강정항 크루즈선 검역 수요는 360척이다. 탑승객이 7000명 수준의 초대형 크루즈 입항이 예정돼있는 등 검역대상자는 총 180만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크루즈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하선하고 있는 모습.

이선규 국립제주검역소장은 “제주로 입항하는 크루즈의 약 95%가 ‘중국’으로, 조류인플루엔자 오염지역이기 때문에 대규모 관광객 입국을 대비한 검역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역 체계도 정비했다. 의심환자 발생 시 활용 가능한 검역 진료실과 임시 격리실 등 해외감염병 유입 대비 필수 시설을 공항, 항만에 모두 확보하고 있다.

특히 크루즈 검역은 항공기 검역과는 또다르다. 바다 위 떠있는 커다란 크루즈 검역을 위해 검역관들이 직접 사다리를 오르내린다. 검역관들은 크루즈 도착 24시간 전 입항 통보를 확인해 도착 전에 선내 유증상자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크루즈가 접안을 하기전 검역관 4명이 현장에 도착해있다가 이중 2명은 검역대 발열 감시를 준비하고 2명이 배에 오른다.

선박 보건상태 신고서, 승무원과 승객 명부, 선의 건강 확인서, 항해일지, 선박위생관리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검토하고, 감염병 매개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화장실, 주방 등에 검체를 채취하는 작업 등을 거쳐 검역증을 발급한다. 이어 검역대 4대에 배치된 검역관은 체온이 37.5℃이상인 승객을 색출하며, 오염지역에 체류했거나 경유한 사람, 유증상자 자진 신고 접수를 받는다.

서귀포 크루즈 터미널 검역 구역에서 발열 감시 카메라를 통과하고 있다.

크루즈 검역은 검역감염병 유증상자가 없는 경우 선의로부터 건강확인서를 제출받고 개인별 건강상태질문서는 생락하는 대신 검역대 발열 감시를 강화해 해외 감염병 유입을 대비하는 게 특징이다.

이 소장은 “크루즈 검역의 경우 신속한 입국 수속을 마쳐야 하는 특성을 고려해 개인별 건강상태 질문서는 생략하고, 검역대 발열 감시를 강화해 해외 감염병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역 단계에서 유증상자가 발견되면 검역관은 보호구를 착용하고, 유증상자는 마스크를 착용한 뒤 유증상자는 격리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이어 유증상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선실배치도와 승객, 승무원 명단을 토대로 접촉자 등 의심환자를 분류해 격리병원으로 이송한다. 이후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 밀접 접촉자와 승객 승무원 전원 명단을 입력해 SMS 통보를 하고, 확진 환자 이동 동선, 격리실을 소독하는 등 일련의 후속 대응을 취한다.

◇ IT기술 활용해 검역시스템 강화

메르스사태 이후 우리나라 검역 시스템에 생긴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IT기술 접목’이다. 과거 수동 검역대와 여권 정보에 의존해왔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IT를 활용해 각종 정보를 연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기준 질병관리본부 검역지원과장은 “메르스 이후 우리나라의 검역 패러다임 바뀌었다”며 “특히 전자검역대를 도입하면서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입국자를 검역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검역 단계에서 오염국가 입국자 정보를 확보하고, 해외 감염병 신고 문자 안내·의료기관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공항 검역 구역에 설치돼있는 전자검역대.

실제 현재의 검역정보 시스템은 기존의 입국장 현장 검역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IT기술을 활용해 외교부, 법무부, 항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과 시스템가 연계돼 운영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세계 최초로 로밍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검역세스템을 구축했다. 외교부와 KT,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 통신 3사 연계해 오염지역 및 제3국경유자 여행이력을 확보한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DUR 시스템 연계해 오염지역 방문자 입국 정보를 의료기관(의사)에 제공한다. 이러한 검역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입국 후 감염병 잠복기간까지 감염병 의심환자를 관리,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작년부터 오염지역 입국자 중 감염병 의심환자와 접촉자의 검역정보의 실시간 분류·분석·처리가 가능한 ‘전자검역대’를 설치 운영 중이다. 전자검역대는 △승객 체온 자동 측정 및 고열자 알림 △건강상태질문서 자동 저장 △유증상자 인식 확인 처리 △후면 키오스크를 통한 승객대상 검역 안내 △입국자 정보 통해 밀접접촉자 자동 생성 △여권정보를 자동 인식해 주민등록정보 시스템(행안부) 통해 승객 주소 연계 △질병관리본부, 관할 시·도에 신속한 명단 통보 △SMS 자동 발송으로 감염병 신고 안내 강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또 국립검역소 격리실 내 원격의료시스템을 구축해 원격지 의료기관과 연결해 격리자의 감염병 증상에 대한 진료를 제공한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공항만 검역소 내 전자검역심사대를 확충하고, 공항검역소에 중앙 집중식 열감지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 DUR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한 ‘해외여행력 정보제공 프로그램’을 개발을 완료해 운영을 준비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메르스 사태를 교훈삼아 보다 긴장의 끈을 놓치않고 촘촘한 입국검역체계와 검역정보시스템을 구축해 해외감염병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내국인과 여행객의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