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가 오는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6개의 금메달이 걸린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정작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의 참가가 불투명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e스포츠는 축구나 야구처럼 특정 게임을 종목으로 삼아 프로게이머들이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10~30대 사이에서는 축구 등 구기 종목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18일 본지 확인 결과, 한국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 회원 자격을 획득하지 못해 8월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에 대표단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안게임 선수 명단 제출 마감은 6월 30일. 한 달 반 남짓 남았다.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e스포츠 국제대회‘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팀 삼성 갤럭시가 또 다른 한국팀 SK텔레콤 T1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드는 모습. 당시 4만 관중석이 중국팬들로 가득 찼다.

아시안게임은 '각 국가를 대표하는 체육단체(대한체육회)에 소속된 종목 단체가 선발한 선수'만 대회 참가 자격을 준다. 하지만 한국e스포츠협회는 2016년 3월 만들어진 새 회원 자격, 즉 '6개 이상의 시(市)·도(道) 체육회에 해당 종목 단체가 가입해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3월 회원 자격을 상실했다.

새로운 조항이 생겨나자 e스포츠협회가 각 시·도 체육회 가입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각 지자체 체육회는 "e스포츠협회의 경우 시·군·구 단위 지회 등 오프라인 조직이 빈약하다"는 이유로 가입을 승인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가 지난 3월 '6개 이상 시·도 체육회 가입' 기준을 '아시안게임은 한 곳 이상'으로 완화했지만 소용없었다. e스포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터넷으로 연결해 게임을 하는 종목 특성상 오프라인 모임과 시설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기술의 발전으로 생겨난 새로운 종목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한 게임구단 관계자는 "기존 스포츠협회는 게임이 무슨 스포츠냐는 시각이 강해 설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e스포츠 팬들은 네이버 등 포털 게시판 댓글을 통해 "나가기만 하면 금메달 절반을 쓸어올 한국 게임이 황당한 행정 문제로 대회에 나가지도 못할 수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선정된 PC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 한국팀이 세계 대회에서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e스포츠는 2024년 파리올림픽 시범 종목으로도 논의되고 있어 종주국 한국의 참가 여부는 해외에서도 관심사다. 한국은 1990년대 후반 게임 프로리그를 출범시켜 e스포츠를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만들었다.

아시안게임 참가가 무산되면 e스포츠 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내 e스포츠 구단들은 스폰서의 대부분을 중국·유럽 등 해외 기업으로부터 유치하고 있다. 예컨대 국내 최강팀 SKT T1은 중국 인터넷 방송업체 '또우위'의 후원을 받는다. 팀의 인기 스타 이상혁의 개인 인터넷 방송을 보는 중국 내 시청자만 1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이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하면 당연히 다른 해외 팀이 주목을 받고, 해외 기업 후원이 중국·대만 등 다른 국가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