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이 함유된 대진침대가 연간 허용치의 최대 9배까지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원안위 1차 조사에서는 허용치를 넘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가 불과 5일 만에 결과가 뒤집히자 정부의 방사선 관리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증폭됐다. 전문가들은 "방사성물질이 들어간 공산품에 대한 감시체계가 허술함을 보여주는 결과"라면서도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 과도한 공포감이 퍼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라돈은 도대체 어떤 물질이며 얼마나 위험할까.

◇1·2차 조사 결과 뒤집힌 까닭은

방사선은 우리 몸 안으로 들어가 세포에 있는 DNA를 흔들어 버린다. 인체의 모든 생명현상을 관장하는 DNA가 흔들리면 돌연변이가 일어나 세포가 죽고 질병이 발생한다. 방사선을 내는 물질이 방사성물질이고 그 세기는 방사능이라고 한다.

원안위는 1차 조사 때는 주로 침대 매트리스에 들어간 음이온파우더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몸에 닿는 것을 계산했다. 바로 외부 피폭이다. 현행 법률에서는 방사성물질이 들어간 가공품은 외부 피폭만 검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음이온파우더에는 우라늄과 토륨으로 이뤄진 모나자이트 광물의 가루가 들어간다.

우라늄과 토륨은 1차로 방사선을 내고 나서 기체 상태의 다른 방사성물질이 된다. 바로 라돈이다. 따라서 침대에 엎드려 자면 라돈을 바로 흡입하게 된다. 이 라돈이 몸 안에서 방사선을 내는 것이 내부 피폭이다.

1차 조사에서도 외부 피폭과 내부 피폭을 모두 계산했지만 연간 허용치 이하였다. 하지만 2차 조사 때는 정반대였다. 원안위는 1차에서 매트리스의 속커버만 가지고 시험했지만 2차 때는 침대 전체를 조사해 수치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2차 조사에서 침대에서 라돈 흡입으로 인한 내부 피폭만으로 최대 연간 9.35밀리시버트(mSv)의 방사선에 노출된다고 발표했다. 연간 인공 방사선 피폭 허용치(1mSv)를 훨씬 넘는다. 원자력 전공의 한 대학교수는 "1차 조사 때는 가공품 검사 기준만 고려해 외부 피폭에 집중하느라 내부 피폭을 과소평가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라돈 방사선, 얼마나 위험한가

라돈이 내는 방사선은 투과력이 약해 종이만 갖다 대도 막아낼 수 있다. 즉 공기 중 라돈이 피부에 닿는 외부 피폭은 거의 문제가 없다. 문제는 폐로 흡입하는 경우이다. 라돈은 다른 물질과 전혀 반응을 하지 않지만 방사선을 내고 나면 폴로늄·납·비스무트같이 인체 조직에 잘 달라붙는 또 다른 방사성물질이 된다. 이것들이 몸 안에서 계속 방사선을 내는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많이 유발하는 원인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흡연으로 인한 폐암 사망자가 16만명이고 라돈으로 인한 사망이 약 2만명으로 전체의 1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전체 폐암 환자 가운데 라돈 노출로 인한 수가 12%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라돈으로 인한 폐암 환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라돈 침대 같은 가공품 때문이 아니라 자연 발생하는 라돈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자연에서 연간 3mSv의 방사선을 받는다. 그중 절반이 라돈에서 온다. 토양의 우라늄·토륨 광물에서 나온 라돈이 건물의 갈라진 틈을 통해 실내로 들어온다.

◇라돈 침대 수치 낮아도 누적효과 위험

라돈 침대의 방사선 수치는 원전 작업자에 대한 허용 기준치(연간 50mSv, 5년간 100 mSv)보다 낮다. 하지만 침대는 길게는 10년씩 쓰기 때문에 수치가 낮아도 누적 효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대진침대를 하루 10시간씩 10년간 썼다면 최대 93.5mSv 방사선을 받아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진영우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약한 방사선은 세포를 죽이지 못해도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장기간 노출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돈 제품이라도 단기간 사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영우 센터장은 "방사선이 인체에 이상을 일으키는 기준은 500mSv"라며 "온몸이 그 정도 방사선을 한 번에 맞으면 백혈구 수가 100명 중 한두 명에서 떨어진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음이온 제품 모두가 라돈을 방출한다고 우려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전기를 쓰는 제품이나 자석 제품에서는 라돈이 나오지 않는다.

원안위는 18일 "대진침대 제품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대로 문제가 된 광물 가루가 포함된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전수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안위는 해당 광물 수입 업체가 국내에 공급한 제조업체가 66곳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환경부나 산업자원통상부 등 다른 부처와의 협조를 통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