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사기를 저질렀다가 금융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일부 GA는 대놓고 보험상품 불완전판매를 조장하기도 했다.

17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과 보험영업검사실은 지난 11일 8개 GA 소속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 가담 행위를 적발하고 설계사 8명에 대해 3~6개월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내렸다. 보험상품 불완전판매를 조장한 1개 GA에는 기관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조선DB

◇ 보험사기 저지르는 GA 설계사들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사기를 저지른 GA들이 다수 적발됐다. 노블리지에셋 GA 소속 보험설계사 이미자(가명)씨는 남편이 영업용 덤프트럭을 운전하던 중 주차된 차량을 접촉하는 사고를 내자, 영업용 덤프트럭의 보험료 할증을 회피하기 위해 본인의 다른 차량으로 교통사고를 낸 것처럼 사고내용을 조작해 보험사로부터 대물배상보험금 수백만원을 편취하려다 금감원에 적발됐다. 금감원은 이씨에게 영업정지 3개월의 제재를 내렸다.

에이원금융판매 GA 소속 보험설계사 김평달(가명)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치킨집 배달 아르바이트생(22세)이 ‘만26세 이상 한정운전 특별약관’에 가입된 이륜차량(오토바이)을 불법으로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인 승용차량의 뒷범퍼를 접촉하는 사고를 내자, 본인이 이륜차량을 운전한 것처럼 사고내용을 조작해 보험사로부터 대물배상보험금을 편취하려다 적발됐다. 김씨는 6개월 영업정지의 제재를 받았다.

메가 GA 소속 보험설계사 박기영(가명)씨는 본인이 대리운전을 하던 차량에 접촉사고가 발생하자, 본인 소유 승용차를 후진하다가 주차된 차량을 접촉하는 사고가 난 것처럼 사고내용을 조작해 보험사로부터 대물배상보험금을 편취하려다 적발됐다. 박씨는 3개월 영업정지의 제재를 받았다.

이밖에도 밸류마크, 인코리아금융서비스, 엠금융서비스, 케이지에이에셋, 인슈프라자 등 GA 소속 설계사들도 보험사기에 가담한 사실이 적발돼 설계사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다.

◇ 불완전 판매도 덜미

보험상품 불완전 판매를 조장한 GA도 적발됐다. DB엠앤에스 GA 대표이사는 전화를 이용한 보험계약 모집(통신판매) 중 소속 보험설계사에게 기존 보험가입자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 보험가입자를 대상으로 기존에 가입한 보험을 해약하고 동일·유사한 보험계약을 모집하도록 했다.

이 경우 해약환급금이 일부만 지급돼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함에도 이런 사실에 대한 안내 없이 보험금 청구 경력이 없고, 나이가 젊어 향후에도 사고발생 가능성이 낮은 우량고객의 기존 실손의료보험 계약을 해약시키고 표준화된 실손의료보험 계약을 모집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보험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고, 기존 보험계약과 새로운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도 비교해 알리지 않았다.

DB엠앤에스 GA는 이런 방법으로 총 377건의 보험상품을 불완전 판매했다. 금감원 보험영업검사실은 이 회사에 기관경고(중징계) 및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하고 임원 주의적경고 1명의 제재를 내렸다.

◇ 감시·제재 강화돼야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 손보사 고위관계자는 “GA의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상품판매를 부탁하는 입장인 보험사들도 GA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며 “실질적으로 최근 보험사기를 보면 GA소속 설계사가 연루된 사례가 많으며 이번에 적발된 건들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소속 설계사가 500명 이상인 대형 GA만 5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GA의 제재 건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GA가 금감원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총 79건으로 전년(20건)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1일까지 제재 건수는 23건에 달했다. 매주 한 번 꼴로 제재를 받고있는 셈이다. 특히 GA는 일반 보험사보다 상대적으로 감독이 미흡해 실제 법 위반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보험업계 고위관계자는 “GA는 사실상 ‘감독 사각지대’인 데다가 GA 소속설계사들이 보험을 잘 알아 보험사기에 연루되거나 아예 사기를 기획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보험 소비자 보호 강화 및 부정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GA에 대한 금감원의 감시 및 제재가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