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내년 3월부터 6개월마다 순거래로 공개한 뒤 내년말부터는 그 기간을 3개월로 줄여 1년에 4차례 공개하기로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제7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방안을 확정한 뒤 “국제 수준에 맞도록 단계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방식이 매수 총액과 매도 총액이 아니라 매수 총액과 매도 총액의 차액인 순거래인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매수 총액과 매도 총액 공개 방식은 개입 내역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어서 이른바 환율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거래 공개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의 일부 정보만 공개하는 효과가 있다.

당초 미국 등은 한국 정부에 ‘월별 단위 매도·매수 총액’ 공개를 압박한 바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한국 수출 기업에 유리하도록 원 달러 환율을 조정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발생할 때만 미세조정(스무스오퍼레이션)에 나서고 있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정부가 순거래 공개를 지켜낸 것에 대해 나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2015년 다자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체결되면서 작성된 ‘TPP 회원국 거시정책당국의 공동선언’에 나온 3개월 단위의 매수·매도 총액 공개보다도 완화된 방안이다. TPP 회원국 중에선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만이 예외적으로 6개월 순거래 공개를 적용받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합리적인 선에서 환시 개입 내역 공개가 결정됐다”고 평가했다. 지금도 외환당국의 외환 자산 변화와 선물환 포지션 등으로 당국이 시장에서 달러를 얼마나 매수했는지 2~3개월 시차를 두고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공=조선일보

◇ 내년 3월 첫 ‘6개월 순거래’ 공개…내년 12월부터 3개월 단위

내년 3월말 첫 공개에서는 올해 하반기 순거래 내역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후 내년 9월말 두 번째 공개에서는 내년 상반기 거래 내역이 발표된다. 내년 12월말부터는 3개월 단위의 순거래 내역이 공개된다. 공개 정보는 직전 분기 개입 내역이다. 예를 들면 내년 12월에는 내년 3분기 개입 정보가 발표된다. 공개 대상은 외평기금과 한국은행의 외환 순거래 내역이며 공개 장소는 한국은행 홈페이지다.

◇ 외환 사고 판 흔적 지우는 ‘순거래’ 관철...전문가 “합리적인 수준"

정부가 '순거래 내역 공개'를 지켜낸 점은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순거래 내역은 총 매수에서 총 매도를 차감한 내역이다. 매수, 매수 금액이 각각 100원일 경우 순매수는 0원으로 표시된다. 정보 가치가 매도·매수 총액 공개보다 제한적이다.

정부는 미국 등에 베트남, 싱가포르와 같은 TPP 예외 적용을 요구해 왔다. 이들 국가는 TPP 기준안인 ‘3개월 매수 매도 총액’이 아닌 ‘6개월 순거래'를 적용받고 있다. ‘6개월 순거래'에 이은 ‘3개월 순거래'라는 한국의 단계적 공개안은 TPP 기준안보다는 예외적용에 더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방안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방안이 시장에 주는 영향을 살펴보겠지만, 공개 개입 범위를 매수·매도 총액으로 변경하거나 공개 주기를 더 짧게 바꿀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