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충남 서산의 현대모비스(012330)자율주행시험장 시험로. 사거리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차 ‘엠빌리(M.BILLY)’는 좌회전 신호가 떨어지자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돌리며 왼쪽 구간으로 진입했다. ·

원형 회전 교차로도 막힘없이 통과한 엠빌리는 시속 40km의 속도로 직선 도로를 주행했다. 갓길에 정차된 차량을 발견하자 능숙하게 차선을 바꿨고 급커브 구간에서도 매끄럽게 속도를 줄이며 안정적으로 주행을 지속했다. 약 5분간 이뤄진 2km 거리의 주행에 탑승자들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자율주행 센서 테스트를 위해 서산주행시험장에 조성된 가상도시에서 엠빌리의 자율주행기술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엠빌리에는 현대모비스가 독자개발한 레이더와 카메라를 포함, 총 8가지 종류의 25개 센서가 장착돼 있다. 현재 엠빌리 3대를 운영 중인 현대모비스는 내년까지 20대로 확대하고 라이더 등 다른 자율주행 센서도 순차적으로 독자 개발해 실차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미래 신기술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기 위해 3000억원을 들여 지난해 6월 서산주행시험장을 조성했다. 이 시험장은 약 34만평(112만㎡)의 부지에 총 14개 주행시험로와 4개의 시험동을 갖췄다. 현대모비스는 서산주행시험장에서 다양한 측정과 평가를 거쳐 오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모든 센서에 대한 독자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 세계 최대 규모 터널 시험로 조성…저마찰로·급차선 시험장도 한 곳에

서산주행시험장에 위치한 터널 시험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폭 30m, 길이 250m의 크기로 설계됐다. 어두컴컴한 내부로 들어서자 터널 천장에서 직사각형 형태의 구조물 10여개가 내려왔다. 테스트 차량이 상향등을 켜자 250m 후방에 있는 구조물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이 곳에서는 차량의 헤드램프가 얼마나 먼 곳까지 명확하게 비출 수 있는 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에 위치한 터널 시험로

터널 안쪽에서는 지능형 헤드램프(IFS)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어두운 환경에서 상향등을 켠 채 주행하다 마주오는 차량이 보일 경우 상대방 운전자의 눈부심을 차단하기 위해 자동으로 차량 인식을 하향등으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구슬 모양을 한 여러 개의 LED 램프가 상대 차량의 움직임을 추적해 피아노 건반이 움직이듯 켜졌다 꺼졌다하면서 선별적으로 빔 패턴을 변화시켰다.

차량의 조향과 제동 장치 등에 대한 성능 점검이 진행되는 아스팔트 시험로에서 직접 테스트 차량인 싼타페에 탑승해 봤다. 일명 ‘엘크 테스트’로 불리는 급차선 변경코스에서 테스트 차량은 여러 개의 장애물이 놓여진 곡선구간을 별다른 쏠림 없이 매끄럽게 통과했다.

범용 시험로를 빠져 나온 뒤 차량의 제동능력을 테스트하는 저마찰로에 들어섰다. 세라믹 타일로 만들어진 노면 양쪽으로 스프링클러는 계속해서 물을 뿌려주고 있었다. 마찰이 전혀 없고 물기까지 머금어 가장 미끄러운 주행상황에서 자동차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차체를 제어할 수 있는 지를 테스트하는 곳이다.

서산주행시험장에 조성된 저마찰로 위를 테스트 차량인 싼타페가 질주하고 있다.

약 50km 속도로 전방을 향해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급정거를 했다. 차가 조금 미끄러지면서도 진행 자세 그대로 안정적으로 멈춰섰다. 김규환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은 “세라믹 노면의 경우 일반 아스팔트 길에 비해 10배 정도 더 미끄럽다”며 “특수 노면에서 반복적인 평가를 통해 현대모비스가 공급하는 제동 장치의 품질을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율주행 R&D 인재 1000명 이상 확보…"2020년까지 모든 센서 개발 완료"

현대모비스는 서산주행시험장 조성을 통해 자율주행 관련 부품의 독자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고정밀 지도와 위성항법보정시스템(DGPS) 등을 활용해 센서의 정보와 실제 사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대조하면서 각종 장비의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서산주행시험장은 총길이 250m의 레이더 시험로와 첨단시험로 등 첨단 테스트설비도 갖췄다. 첨단시험로는 가상도시 안에 V2I(Vehicle to Infra·차량과 도로 인프라 간 통신) 기지국, 버스 승강장, 원형 교차로, 신호등, 자율주차 평가장 등을 조성해 실제 도로 환경에서의 센서 성능을 검증하는 곳이다.

현대모비스는 국토교통부가 올해 연말을 목표로 경기 화성에 구축 중인 자율주행 테스트 베드인 ‘K-City’보다 앞선 지난해 6월부터 첨단시험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에서 연구원이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레이더의 성능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양승욱 현대모비스 ICT 연구소장은 “오는 2020년까지 레이더와 카메라, 라이다 등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모든 센서의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현재 600여명 수준인 자율주행 연구개발(R&D) 인력을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독자 레이더 개발을 위해 독일의 고성능 레이더 제조사인 SMS, ASTYX와 제휴를 맺고 차량 외부를 360° 감지할 수 있는 레벨3 자율주행차용 레이더 5개를 개발하고 있다. 레이더는 올해 안에 개발이 완료돼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양산이 될 예정이다. 또 레이더의 표적 식별 능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대와 진행하고 있는 공동 연구도 올해 하반기까지 마무리된다.

그레고리 바라토프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기술개발 총괄상무는 “보급형과 고성능 레이더는 올해 안에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양산에 돌입한다”며 “카메라와 라이더 개발을 위해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전문 업체와 기술제휴에 나서고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