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오는 17일 신규 상장하겠다고 밝힌 가상화폐 ‘팝체인(PCH)’의 상장을 연기했다. 지난 15일 팝체인 상장 계획이 발표된 이후 2명이 팝체인 전체 발행 물량의 90%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빗썸은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여러가지 허위 사실들이 시장에 유포돼 팝체인 거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사실을 인지했다”면서 “상장을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어 다른 거래소에서 이 가상화폐의 상장이 결정된 후 빗썸에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빗썸이 올린 팝체인 상장검토보고서 표지

빗썸이 이날 상장 연기를 발표했음에도 팝체인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팝체인은 코스닥상장사 THE E&M의 콘텐츠 플랫폼인 팝콘TV와 셀럽TV를 활용한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제작 과정에서 발행되는 가상화폐다.

크게 두가지 문제가 제기됐다. 첫번째는 팝체인 보유자가 지나치게 소수에 한정돼 있어 시세 조작에 쉽게 노출될 수 있고, 팝체인의 소스코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빗썸의 싱가폴 자회사 소속 개발자들이 팝체인에 관여해 사실상 ‘빗썸이 발행한 코인을 빗썸이 상장가를 정하고 빗썸이 유통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팝체인은 가상화폐공개(ICO)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빗썸에 상장부터 하는 이례적인 코인이다. ICO를 거치지 않다보니 이 가상화폐를 보유한 계정 수는 15일 당시 18개 뿐이었다. 게다가 이 중 단 2개의 계정이 전체 물량의 90%를 보유하고 있었다. 15일 오후가 지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증폭되자 16일 새벽 보유량이 일부 분산됐다. 그러나 두 명이 절반이 넘는 물량을 보유하고 있어 상장 후 시세 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팝체인이 ‘모네로’의 소스코드를 복사했다는 증거로 언급된 자료. ‘Copyright (c) 2014-2016, The Monero Project’가 적혀있다.

다른 거래소에 상장도 되지 않은 팝체인이 국내 2위, 글로벌 7위 규모의 대형 거래소에 바로 이름을 올리는 것도 이례적이다. 빗썸은 지난 3월 말부터 현재까지 아이콘, 비체인, 트론, 엘프, 미스릴, 모나코, 오미세고, 카이버네트워크, 골렘, 에이치쉐어, 질리카, 에토스 등 총 12개 코인을 새로 상장했다. 하지만 이들 가상화폐 중 ICO 이전에 빗썸에 상장시킨 사례는 없었다.

팝체인의 소스코드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 여론도 들불처럼 번졌다. 팝체인 소스코드에는 ‘Copyright (c) 2014-2016, The Monero Project’가 적혀있었는데, 이는 가상화폐 ‘모네로’의 소스코드를 베끼다가 서명 부분을 미처 지우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비트코인과 대시의 소스코드가 그대로 담겨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빗썸이 팝체인을 상장시켜 배후에서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팝체인은 현재까지 대중이 거래한 적 없는 가상화폐라서 시장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빗썸이 유통 첫날 정하는 가격이 상장가가 된다. 팝체인 개발에는 빗썸의 싱가폴 자회사 비버스터에 소속된 개발자들이 참여했다. 빗썸이 제작한 가상화폐로 거래소의 영향력을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거두려고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배경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나섰다. 협회는 빗썸에 팝체인 상장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빗썸은 팝체인 상장을 연기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대신 텐X(PAY), 왁스(WAX), 파워렛저(POWR), 루프링(LRC), 기프토(GTO) 등을 상장시키겠다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