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도하는 한국의 최대 쇼핑 할인 행사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KOREA SALE FESTA)’가 올해는 약 2주 동안만 열릴 전망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달 동안 열렸었지만, 올해 행사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만든다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쇼핑행사로 2015년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습니다. 2016년에 코리아세일 페스타로 명칭을 바꾸며 올해로 네 번째로 개최될 예정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정부 중점 사업으로 홍보했던 행사였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 존폐에 대한 관심이 쏠렸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행사 기간이 줄어든 게 박근혜 정부의 유산이었던 코리아세일페스타를 폐지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올해는 당장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행사를 소규모로 개최하고 내년 행사 기간을 더 줄여 아예 행사를 없애는 것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특히 올해는 코리아세일페스타 예산마저 34억원으로 작년(54억원)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정부가 과거 흔적 지우기에 들어갔다는 추측에 신빙성이 더해졌습니다. 올해 행사 기간과 예산도 줄어들었으니 유통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기 힘들어 성과를 핑계로 코리아세일페스타를 폐지할 정당성도 확보된다는 해석입니다.

작년 코리아 세일 페스타 홈페이지에 올라온 홍보 문구 내용.

하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같은 관측에 적잖게 당혹해합니다. 관계 당국자들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세일 행사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민간 중심의 행사로 성격을 전환하는 과정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같은 대규모 유통행사는 최초 5년 동안만 정부 주도로 유지된다고 합니다. 정부가 민간의 경제활동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영구적으로 굳어지면 안 된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관련 예산도 5년이라는 시한을 두고 편성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때문에 예산 규모는 해가 갈수록 줄어듭니다. 정부 주도 행사에는 비정기성 예산이 사용되는데, 초기 행사 정착 및 홍보 예산이 많이 들어 첫째 해부터 둘째 해까지는 행사 예산을 상대적으로 많이 편성합니다. 이후 행사가 어느 정도 안착하면 예산을 점차 줄이고, 정부 예산보다 행사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합니다. 이 때문에 올해로 네 번째로 열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예산은 작년에 비해 축소된 것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행사 예산은 올해 편성하는데, 내년 예산도 올해보다 약간 줄어들 것이다”며 “전 정부 정책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예산을 줄였다는 추측은 오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성격을 이전 정부와는 완전히 다르게 바꿀 것이라는 관측은 타당해 보입니다. 산업부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민간 유통 업체 주도의 행사로 탈바꿈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국가 주도 행사로서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내년 이후로는 더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인 것이죠.

산업부 관계자는 “기간 축소의 경우 민간 주도의 행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과정이다”며 “코리아세일페스타는 할인율이 기존 세일 행사와 비슷해 매년 흥행이 저조했고,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소비진작 효과가 별로 없다는 유통 업계 평가에 따라 민간 주도 행사로 내년 이후 바꿀 계획이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년까지는 정책 지속성 차원에서 행사를 유지하되, 그 이후에는 원점부터 재검토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유통 업계에서도 ‘계륵’처럼 여겨졌다고 합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행사를 만들기 전에도 업계 관계자들이 정부 주도의 행사는 잘 될 수가 없다는 지적을 많이 했지만, 정부 의지가 강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며 “내년 이후 행사는 한국의 유통·소비자 특성에 맞는 특색있는 쇼핑 축제로 변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변화시키겠다는 데 무게를 둔만큼 차기 행사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와 중국의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 같이 온 국민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페스타(festa)’로 변화하길 바랍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행사 자체에 한계점이 많았던 만큼 안좋거나 부족한 점은 개선한다는 정부의 움직임이 본의 아니게 오해를 만들었다”며 “보다 내실있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유통 업계와 소비자들의 의견을 다각도로 청취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