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는 배출가스 인증 서류 조작으로 판매 정지 처분을 받은 지 2년 만인 지난 3월 말 'A6 35 TDI'를 출시하며 국내 판매를 재개했다. 직후인 4월 한 달 동안 이 차는 1405대가 팔렸다. 전체 수입차 중 판매량 1위다. 복귀하자마자 강한 존재감을 나타낸 것이다. A6의 흥행으로 아우디는 4월 한 달 판매량(2165대)이 지난 3월(122대)보다 1674% 급증했다. 비결은 할인이다. 아우디는 A6의 흥행을 위해 최대 1600만원을 싸게 판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뛰어난 상품성과 디자인을 갖췄고, 일부 차종의 경우 1000만원이 넘는 파격 할인을 하면서 수입차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라면 작년 국내 자동차 판매량 중 15.23%였던 수입차 점유율은 2~3년 내 20%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 수입차 점유율 역대 최대 18% 예상

수입차는 올 들어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올 1~4월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9만3328대로 작년 같은 기간 판매량(7만5017대)보다 24.4% 증가했다. 수입차가 가장 많이 팔렸던 2015년 1~4월(7만7171대)과 비교해도 20.9% 많다. 수입차 점유율도 이 기간 18.5%를 기록했다. 이것도 역대 최대다.

4월 한 달 기준으로도 최고 성적이다. 4월 벤츠는 7349대, BMW는 6573대 등을 팔면서 수입차 업체들은 작년 4월보다 29.3% 많은 2만5923대를 판매했다. 수입차 판매량 1위인 벤츠는 국산차를 포함한 내수 판매에서도 지난 3월부터 르노삼성, 한국GM을 제치고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파격 할인 정책을 펼쳤다. 일부 차종은 1000만원 넘게 깎아 줬다. 자동차 거래 애플리케이션 직카가 수입차 딜러사별 프로모션 등을 종합해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4월 수입차 업체들은 출시 가격 대비 10% 넘게 차량을 할인해 판매했다. 아우디는 4월 한 달 동안 평균 16.5%, BMW와 재규어는 14.7%, 지프는 10.2%씩 할인 판매했다. BMW 320d(출시가 5150만원)는 4월 평균 940만원, 벤츠 C200(출시가 4970만원)은 264만원을 싸게 팔았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2.0 TD4 SE(출시가 6480만원)도 650만원을 깎아줬다. 이수엽 직카 빅데이터팀 연구원은 "올 2월에는 'BMW 3시리즈 대란', 3월에는 '벤츠 E200 대란'이라고 이름 붙을 정도로 수입차들이 할인 공세를 펼쳤다"고 말했다.

◇국산 경쟁 차종 없고, A/S망도 확충

수입차 급성장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부진과 닿아 있다. 국내 내수 판매 3위를 유지하던 한국GM은 지난 2월 군산 공장 폐쇄를 결정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내부 개편에 나서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그사이 수입차는 주력 차종 할인에 들어가며 공세를 강화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작년부터 수입차 판매가 증가하며 국내에 예전보다 다양한 차종이 들어왔는데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업체는 이에 대응해 팔 만한 차가 부족했다"며 "이러한 이유로 중저가 수입차의 판매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서비스센터를 늘리며 A/S망을 확장한 것도 수입차 구매의 한 동기로 작용했다. 이전에는 A/S를 위해 국산차를 사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수입차 업체들도 A/S망을 구축해 수입차를 구입해도 수리 등에 큰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수입차, 조만간 점유율 20% 차지할 듯"

앞으로도 이런 할인 정책은 유지한다. 5월 BMW는 출시 가격 대비 평균 14.1%, 벤츠는 3.3%, 아우디는 19.1%, 폴크스바겐은 10%, 재규어는 14.7% 등을 할인할 계획이다. 신차도 줄줄이 나온다. 현재 수입 승용차는 26개 브랜드, 500개 이상의 다양한 모델이 판매 중이다. 폴크스바겐은 이달 중순부터 SUV 티구안을 고객들에게 본격 인도한다. 벤츠는 더 뉴 C클래스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고, BMW도 뉴 X2를 출시해 SUV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정우영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은 "향후 수년 내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는 연간 30만대가 팔려 점유율이 20%로 오르는 수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