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 때리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최근 삼성그룹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삼성증권의 어처구니 없는 배당오류 사고가 터지더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갑작스레 3년 전의 분식회계 의혹에 휩싸였다. 그 결과 삼성그룹주의 시가총액이 5월 들어 일주일 동안 14조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휘청이는 주가에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도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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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시총 일주일간 14.4조원 감소

9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삼성그룹 16개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이달 1일 500조2591억원에서 8일 485조8420억원으로 일주일새 14조4171억원이나 줄었다.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감소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금융감독원이 회계처리 위반을 발표한 1일 32조2885억원에서 8일 24조5141억원으로 일주일 사이 7조7744억원 감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지난달 10일 장중 60만원을 찍으며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도 3위까지 올라간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이 회사 시가총액은 6위 자리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7위 KB금융과의 차이는 3286억원에 불과하다.

삼성그룹에서 대표적인 지배구조 관련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에스 시가총액도 각각 2조원 이상씩 줄어들었다. 액면분할 후 5만원대 ‘국민주’로 돌아온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조5677억원 빠졌고 삼성물산(028260), 삼성에스디에스(018260)는 각각 2조3711억원, 2조8243억원 감소했다.

또 다른 지배구조 관련주인 삼성생명(032830)의 시가총액 규모도 일주일새 9000억원 축소됐다. 삼성중공업(010140), 삼성카드(029780), 호텔신라(008770)등이 주가를 끌어올리며 선전했지만, 그룹주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지는 못했다.

주요 계열사의 주가 부진은 삼성그룹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수익률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출시된 삼성그룹주 펀드들의 최근 일주일 수익률은 평균 마이너스(-) 1.18%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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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삼성 때리기?…“투자심리 위축”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주의 최근 부진이 정부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이슈와 연관된 삼성그룹주는 업황이나 실적이 좋아도 정부의 압박 강도에 따라 주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벌 개혁’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삼성그룹에 강한 압박을 잇달아 가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005930)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SDI(006400)에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정부가 금융감독원장에 ‘재벌 저격수’ 김기식 전 민주당 의원을 앉혔다가 그가 낙마하자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주도했던 윤석헌 전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임명한 것도 삼성 때리기의 연속선상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지배구조와 무관한 영역에서도 정부는 삼성 흔들기를 이어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반도체 핵심기술 정보가 포함된 삼성전자의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려고 했다. 삼성전자는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해 보고서 공개를 가까스로 막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징계 수위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고,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 노력도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그룹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당분간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