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J노믹스' 1년에 대해“논리에도 맞지 않고 실증적으로 검증된 바도 없는 경제 실험을 한 1년이었다”고 말했다.

본지가 J노믹스 1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들은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 '최저임금 인상 등 일자리 정책'을 꼽았다〈본지 5일 자 A8면 참조〉.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문재인 정부의 급진적인 노동 정책에 대해 국민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응답자 59%가 법정 근로시간 단축을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왜 학자들은 이런 정책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일까.

한국노동경제학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 등을 지낸 대표적인 노동경제학자인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듣기에는 서민과 근로자를 위하는 정책인 것 같지만 결국에는 오히려 근로자를 죽이는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 교수는 J노믹스 1년을 "특정 이념에 치우친 일부 청와대 참모들이 논리에도 맞지 않고 실증적으로 검증된 바도 없는 경제 실험을 온 국민을 상대로 한 1년"이라며 "그 부작용이 예상보다 더 빨리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근로자를 죽이는 대표적 정책'으로 꼽았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중소 상공인들이 고용을 줄이고, 이에 따라 10인 이하 영세 사업장 일자리가 급속히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생산성 증가 없는 임금 인상은 허구이자 환상"이라고도 했다. "정말로 최저임금을 올려서 소득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왜 1만원까지만 올립니까? 명목소득의 상승으로 모두가 살기 좋아진다면 왜 그냥 돈을 찍어내서 국민에게 나눠주지 않습니까? 생산성 증가 없는 임금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런 일이 습관화되면 결국 베네수엘라 같은 꼴이 됩니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 최저임금 인상 러시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정치인들에게는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격차 해소의 매력적인 해결책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올바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근로장려세제(EITC) 같은 소득 보조가 소득 격차 완화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의 절반 정도가 사실은 중산층 가구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생계가 곤란한 사람은 복지정책으로 도와야 하는데, 최저임금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나라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기는 셈입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근로시간 단축의 혜택은 대기업 근로자에만 해당되는 얘기고, 중소기업 근로자는 52시간 넘게 일해 돈을 더 벌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된다"며 "정부의 친(親)노동정책이 사실은 소수 독점 노조만 배불리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고용정책을 학점으로 매기면 '에프(F)'"라며 "말로는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을 쓰고, 그 부작용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니 공무원을 더 뽑고 중소기업에 세금을 퍼붓는 엉망진창 정책을 펴고 있다"고 혹평했다. 경제 관료들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남 교수는 "정권을 막론하고 청와대가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일 때 부작용을 완화시키고 국민 경제를 안정시킬 책임이 경제 관료에게 있다"며 "과거에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강단 있는 관료들이 종종 있었는데, 지금처럼 무력한 경제 관료들은 수십년간 처음 봤다"고 했다.

정통 시장경제파 노동학자인 남 교수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고용 형태를 다양화하는 노동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해왔다. 내년에 정년퇴임을 앞둔 노학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우려를 나타내는 학자들 성명서를 준비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 욕먹기 싫다며 주춤하더라"며 "저야 퇴임 후 시골에 내려가 살면 그만이지만, 우리나라가 갈수록 목소리 큰 몇 명에게 휘둘려 포퓰리즘과 선동으로 얼룩져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